기기묘묘 방랑길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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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 기기묘묘 방랑길

괴이하고 애틋한 조선의 여정, 마음을 풀어주는 기담

조선시대의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담 추리 판타지, 7편의 기기묘묘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출생의 비밀을 지닌 세도가의 서자 효원과 여우의 자식이라 불리는 이방인 사로는 전국 팔도를 떠돌며 기묘하고도 애틋한 사건들을 마주하게 된다.

최대감댁에서 금두꺼비가 사라지고, 억울한 죄를 뒤집어쓴 계집종과 일노비 갑석을 구하기 위해 효원과 사로가 나선다. 그날 이후, 이들은 조선 팔도를 함께 떠도는 방랑이 시작한다.

가는 길마다 기이한 사건이 피어났다. 금두꺼비 실종, 날개를 숨긴 아이, 목각인형 어머니, 꺼지지 않는 도깨비불 이처럼 다양한 사건 사고들 속에서 서자와 여우의 자식,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감춰진 마음을 볼 수 있었다.

p56 산 너머 마을로 시집을 갔지만 남편은 100일도 되지 않아 뱃속 아기와 저만 남겨두고 허망하게 세상을 떴다. 원인도 알 수 없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날개 달린 아이가 태어났고 산파의 말 한마디에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날개를 달고 태어난 아이는 주변을 불행하게 하니 없애 버려야 한다. 엄마는 업둥이를 살리기 위해 날개를 숨겼고, 업둥이는 엄마의 결단으로 날개를 감춘 채 꼽추처럼 살아가야 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한 엄마의 선택은 슬프도록 깊은 사랑이었다.

방랑은 겉으론 길 위를 떠도는 일이지만, 이 이야기에서의 방랑은 결국 마음속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었다. 괴담을 풀어가는 효원과 사로의 여정은 기이하면서도 묘한 따뜻함을 전해 준다.

p327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세상 속에서 각자의 생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 그 안에서 엉켜버린 크고 작은 매듭을 자신이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기를. 그것이 자신의 사명이자 살아가는 의미일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괴이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판타지, '기기묘묘 방랑길' 상처와 치유가 교차하며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선 존재들은 한 편의 고전 설화처럼 익숙하면서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참신함이있었다. 이야기는 나를 낯설고도 매혹적인 세계로 이끌었다.

출판사 '다산책방' 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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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용의자
찬호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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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 / 고독한 용의자

포스트코로나로 더욱 차갑게 굳어버린 도시 홍콩을 배경으로, 미스터리의 거장 찬호께이가 돌아왔다. 13.67과 망내인으로 중화권 추리문학의 지형을 뒤흔든 그가, 리얼리즘을 표방한 본격 사회파 미스터리로 돌아았다. 더욱 현실적이고, 더욱 고독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래된 단칭맨션 아파트에서, 41세 은둔형 외톨이 셰바이천이 자신의 방 안에서 숯을 피워 자살한 채 발견된다.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한 바이천의 방에는 타살의 흔적이 없었다.

처음엔 단순한 자살로 보였지만, 옷장 속에서 스물다섯 개의 표본병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충격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병 안에는 절단된 팔다리와 장기, 그리고 괴로워하며 얼굴을 감싼 머리가 담겨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 했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머니 셰메이펑은 바이천이 사회공포증으로 20년간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옆집에 사는 추리소설 작가 칸즈위안 역시 같은 증언을 한다. 바이천의 고립된 삶 속에서 벌어진 이 끔찍한 사건은 형사 쉬유이를 복잡한 미궁으로 이끈다.

숨겨진 유서 '망자의 고백'과 수수께끼의 소설 '제목 미정'의 발췌본은 사건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주며, 팬데믹 이후 고립된 도시, 무관심한 행정 체계의 민낯이 교차한다.

은둔과 학대, 매춘과 토막살인 같은 자극적인 키워드들은 사회의 이면으로 드러냈다. 찬호께이는 그것들을 기억해야 할 사회의 상처로 그려냈으며, 고독한 용의자를 통해 독자를 기자처럼 사건 한가운데로 끌어들였다.

목격자도, 증거도, 동기도 모호하다. 단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사건은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뿐이었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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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고정욱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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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고정욱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

수많은 베스트셀러 도서를 집필해온 고정욱 작가 이번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고정욱 작가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 로 인한 하반신 장애를 안고 살고있다. '장애를 가진 삶을 부끄러워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작가는 장애 덕분에 세상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삶의 소명을 품게 되었다고 말했다.

세상의 벽 앞에 무너지고 쓰러지기를 반복했던 작가는 나, 사랑, 책, 용기, 소명 이라는 다섯 개의 단어를 통해 스스로를 붙들고 다시 일어선다. 삶이 부서질 듯한 순간에도 끝내 포기하지 않은 이야기 진정성 어린 기록을 글로 풀어낸다.

고정욱 작가는 장애 때문에 두 번의 큰 좌절을 겪었다고 말한다. 의대를 포기해야 했던 순간, 교수의 길에서 번번이 실패했던 순간들 그는 묻고 또 물었다. '나는 왜 이 길을 원했던가?' 끝없는 물음 끝에 도달한 답은 단순했다. 직업 자체보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는 글을 선택했고, 긴 시간 끝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책을 낸 작가가 되었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온 나라가 들썩였다. 고정욱 작가는 일주일 뒤, 스웨덴에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ALMA) 후보에 올랐다. 세상 어딘가에서 자신의 글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음을 새삼 느끼며, 이제 그는 어른의 마음을 이해하는 작가로서 꿈을 잃은 이들에게 삶의 길을 전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로 인한 차별과 편견 속에서 좌절과 싸워온 그는 결국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 그 속에는 어릴 적 꿈이 있었다.

#어릴적내가되고싶었던것은 길을 잃은 나에게 말해주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줄이며,
소수자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소망한다.

출판사 '샘터'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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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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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 / 스토너

세계적인 작가들이 추천하는 도서

스토너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잊혀졌지만, 출간 50년 만에 유럽과 전 세계에서 재조명받으며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2013년, 영국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새로운 생명을 얻은 이 소설은 겉보기에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한 남자의 조용한 생애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존엄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권유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하여 농학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우연히 수강한 슬론 교수의 영문학 수업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접한 후 문학에 눈을 뜨고, 결국 농학 대신 영문학의 길을 선택한다.
p16 그는 대학 공부도 농장 일을 도울 때처럼 즐거움도 괴로움도 없이 철저하게, 양심적으로 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신, 그는 조용히 대학에 남아 석사와 박사 학위를 공부하며, 교단에 선다. 스토너는 이디스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를 고독하게 만들었다. 아내 이디스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했고, 결혼 생활은 점점 얼어붙었다. 그녀는 스토너와의 관계를 단절해 갔으며, 딸 그레이스와의 유대마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조작했다. 그렇게 스토너는 가족과도 멀어지고 만다.

스토너에게 유일한 위안은 영문학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권력과 질투의 덫에 걸려 흔들렸다. 그는 사랑했고, 실패했고, 직장에서 미움받았으며, 그의 삶은 소리 없이 흘러갔고, 변화는 낙엽처럼 스러졌다. 그는 스스로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대단한 업적도 남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성공을 말할 때면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었는지, 얼마나 많은 박수를 받았는지를 기준 삼는다. 그 잣대에 비춘다면 스토너는 실패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매일 교단에 섰고, 문학을 사랑했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를 묵묵히 지켜냈다. 그 불빛은 세상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지만, 그의 내면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그것이 스토너가 지닌 진짜 품격이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보다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증명해냈다. 슬픔과 고독 속에서도 끝내 자신을 지켜낸 스토너의 삶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단 하나, 그 안에 진실한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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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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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 바움가트너

죽음 앞에서의 마지막 이야기

뉴욕 3부작, 달의 궁전, 4 3 2 1 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미국 문학의 거장 폴 오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가트너' 는 암투병 중 집필한 작품으로, 소설 주인공 바움가트너라는 이름을 빌려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유작이자 고백이다.

소설은 십 년 전, 사랑하는 아내 애나를 사고로 잃은 노교수 바움가트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반복되는 애도의 시간 속에 갇혀 살아가던 그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이상한 사건들이 겹쳐진 어느 날, 자신이 태워버린 알류미늄 냄비를 바라보다 문득 아내의 기억에 잠식되고, 그 기억은 그의 삶을 되짚는 여정을 열어젖힌다.

바움가트너는 애나의 서재에 들어가 그녀가 남긴 서류와 원고를 훑어보며 추억을 회상하고, 생전에 남긴 마지막 글을 통해 말하며, 그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바움가터는 애나가 죽은 뒤 손에 놓았던 펜을 다시금 쥐게 된다. 이렇게 글쓰기를 통해 그는 자신이 느끼는 고통과 허망함, 사랑과 애도의 감정을 정리하게 된다.

애도의 시간은 늘 그렇다. 영화처럼 눈물 흘리고 무너지는 장면보다는, 평범한 일상이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쌓여간다. 이제는 없어야 할 사람이 아직도 곁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순간들, 그것이 진짜 슬픔이다. 바움가트너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도, 잃어버린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그녀와 여전히 대화하고, 기억하며, 심지어는 그 사람을 닮은 꿈을 꾸고, 다시 깨는 사람이었다.

아내와의 사랑, 과거의 상처,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이야기들.

사랑은 기억 속에서 빛나고, 상실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또다시 사랑을 꿈꾼다.

아픈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로 마지막까지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소설이다.

출판사 '열린책들'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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