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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용의자
찬호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찬호께이 / 고독한 용의자
포스트코로나로 더욱 차갑게 굳어버린 도시 홍콩을 배경으로, 미스터리의 거장 찬호께이가 돌아왔다. 13.67과 망내인으로 중화권 추리문학의 지형을 뒤흔든 그가, 리얼리즘을 표방한 본격 사회파 미스터리로 돌아았다. 더욱 현실적이고, 더욱 고독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래된 단칭맨션 아파트에서, 41세 은둔형 외톨이 셰바이천이 자신의 방 안에서 숯을 피워 자살한 채 발견된다.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한 바이천의 방에는 타살의 흔적이 없었다.
처음엔 단순한 자살로 보였지만, 옷장 속에서 스물다섯 개의 표본병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충격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병 안에는 절단된 팔다리와 장기, 그리고 괴로워하며 얼굴을 감싼 머리가 담겨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 했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머니 셰메이펑은 바이천이 사회공포증으로 20년간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옆집에 사는 추리소설 작가 칸즈위안 역시 같은 증언을 한다. 바이천의 고립된 삶 속에서 벌어진 이 끔찍한 사건은 형사 쉬유이를 복잡한 미궁으로 이끈다.
숨겨진 유서 '망자의 고백'과 수수께끼의 소설 '제목 미정'의 발췌본은 사건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주며, 팬데믹 이후 고립된 도시, 무관심한 행정 체계의 민낯이 교차한다.
은둔과 학대, 매춘과 토막살인 같은 자극적인 키워드들은 사회의 이면으로 드러냈다. 찬호께이는 그것들을 기억해야 할 사회의 상처로 그려냈으며, 고독한 용의자를 통해 독자를 기자처럼 사건 한가운데로 끌어들였다.
목격자도, 증거도, 동기도 모호하다. 단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사건은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뿐이었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