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침내, 안녕
유월 지음 / 서사원 / 2025년 5월
평점 :
밀리의서재 밀리로드 연재 월간1위, 뜨거운 화제작
마침내안녕 출간 즉시 드라마 제작 확정
총 스무 개의 장으로 나뉜 에피소드 속에서 도연은 법원에서 만난 이들, 일상 속 동료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다양한 사건들을 담아냈다. 이혼, 양육권, 가정폭력 삶이 부서진 사람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가사조사관 도연. 타인의 아픔을 기록하는 일이 일상인 도연은 일도, 관계도, 인생도 무엇이든 적당히 하기로 결심한 사람이다.
도연은 한때 임상심리사였다. 간호사였던 도연의 언니는 병원의 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고, 그 당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도연은 정신분석학 교수 민의 도움으로 심리 치료를 받으며, 작은 정신과 병원에서 임상심리사로 근무하게 된다.
도연은 실장인 지원을 닮고 싶었다. 능력 있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멋져 보였기에 그러나 따뜻한 인정과 관심 같았던 지원의 태도는 점점 경계를 넘기 시작했고, 호의는 통제와 지배로 변해갔다. '아픔을 꺼내 보이라고, 나를 믿으라고, 너를 위한다고.' 직장 내 또 다른 폭력이 기다리고 있었다.
11p 눈물, 콧물, 말···. 인간의 몸 밖으로 나오는 것들은 하나같이 왜 이렇게 요란할까.
95p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했다. 어떤 날에는 현실 같지 않고 어떤 날에는 너무 현실 같았다. 현실이라고 느낄 때에도,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될 때에도 혼란스러웠다.
도연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늘 최선을 다해서 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과거의 아픔과 상처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도망쳤던 도연. 자신보다 먼저 무너져버린 평범함을 꿈꾸던 언니의 아픔조차 제대로 들어준 적이 없다.
199p 괜찮은 것 말고, 괜찮지 않은 것들,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자고. 징징대고 싶은 한 힘든 것, 견딜 수 없는 주 더는 감당할 수 없는 것, 무엇이든 입 밖으로 나오면 그만큼은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비워진 크기만큼 언니의 선택이 늦어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그렇기에 가사조사관으로서 타인의 인생을 끊임없이 들어야 하는 일이 자신에게 내려진 형벌 같았다.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한 번도 제대로 말해 본 적 없는 도연은 괜찮지 않다는 말을 꺼낼 용기도 잃은 채, 오랜 시간 침묵 속에 머물렀다.
주변 인물들의 거침없는 이야기로 도연은 알게 되었다. 참아내는 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언니의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이제라도 자신의 시간을 지켜내기 위해 마침내, 안녕.
출판사 '서사원' 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