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
나인경 지음 / 허블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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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경 / 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

SF 소설 나인경 작가의 첫 장편소설 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 근미래 2035년, 기억을 저장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ID칩을 이식한 채 살아간다.

초거대 기술기업 유니언워크가 개발한 ID칩은 인간의 뇌와 클라우드를 연결시켜 기억을 손쉽게 관리하는 편리한 미래를 약속했지만, 사용자들의 기억에서 감정을 은밀히 제거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 유니언워크 사용자들에게 기묘한 메시지가 도착한다. '먼 미래에서 기다릴게. 너를 기억하는 나를 기억해 줘.' 사용자들은 이 메시지를 읽는 순간 잊고 있던 기억과 감정을 강렬하게 떠올리며 혼란에 빠진다.

디도스공격 메모리 데이터 해킹으로 인한 메세지 테러. 유니언워크 공식 입장이었지만, ID칩의 치명적인 결함 혹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기밀, 반유니언워크 모종의 계획과 숨겨진 음모들이 난무하다.

주인공 안과 정한은 유니언워크 블루진 프로젝트로 인해 어린 시절 ID칩 생체 실험을 당했다. 안을 포함한 다섯 명의 아이들의 의식이 한 명에게 주입되었고, 반면 정한은 기억을 끊임없이 분해하고 파편화하는 실험의 대상자였다.

세월이 흘러 안은 기억을 지워 가며 살아가고, 정한은 기억을 복원하며 살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선택 모두가 사라지지 않는 감정과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 서로를 잊은 채, 각각 방송 작가와 AI챗봇 설계자로 살아가지만, 마음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와 그리움이 늘 웅크리고 있다.

잊었지만 여전히 그리운 것, 사라졌지만 남아 있는 것.

소설 속 안과 정한은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서로를 향한 감각은 여전히 남아있다. 누군가는 그걸 환청이라 부를 수도 있고, 버그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렴풋한 감각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고유하고 아름다운 능력이 아닐까. 우리는 왜 누군가를 사랑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해도, 그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출판사 '허블'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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