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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라, 당찬 외교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3월
평점 :
도서 제공 & 주관적 견해
“생존, 번영은 어느 정도 확보했는데, 명성을 얻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는 나라가 많다. 쉬운 길을 가면서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외교를 계속하는 나라들이다. 최고 정책 결정자나 정부의 엘리트들이 그 길에서 이익을 많이 확보하고 있을 때 이런 외교는 계속된다. ‘지대 추구 외교’로 이름 붙일 수 있겠다. (......) ‘지대 추구 외교’가 지속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큰 나라도 그렇고, 작은 나라는 더 그렇다. 이 책은 그런 길과 반대로 가는 나라들을 모았다.” p.7
제목을 보고 ‘작은 나라’란 무엇인지 궁금했다. 정치학을 연구하는 현직 연구자이자 언론인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는 글쓴이 소개를 읽고 작은 나라 정의뿐 아니라 각국의 외교도 궁금해졌다.
제목에서의 작은 나라를 본문에서는 약소국으로 표현된다. 글쓴이는 총 네 가지로 정의한다. 물리적 힘(인구, 국토, 경제력, 군사력)이 약한 나라, 국제법에 호소하고 양자 협상보다 다자 협상을 선호하는 나라, 국제체제에 대한 영향력이 낮은 나라, 스스로 안보에 책임지지 못하는 나라로 구분한다. 추가로 약소국의 외교에서 나타나는 편승, 균형, 중립 지위 유지 중 마지막 요소에서 발전시킨 ‘주관 있는 외교’ 즉 ‘당찬 외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싱가포르, 코스타리카, 쿠바, 베트남,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북한, 튀르키예, 지부티, 스위스, 스웨덴, 오스트리아의 외교가 15페이지 내외로 소개되어 있다. 소국의 큰 외교, 소신의 자주 외교, 배짱 두둑한 결기 외교, 현란한 실리 외교, 중립 외교 키워드 아래 열세 개 나라를 분류해 놓았다. 국가별로 깔끔하게 나뉜 구성이고 유기적 연결 고리도 약해 보여 차례대로 읽지 않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국가 순으로 읽어 나갔다.
한국인에게 가장 생소할 나라, 지부티의 외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1977년 국민투표에 의해 프랑스에서 독립한, 인구 110만 명 중 94퍼센트가 무슬림인 나라다. 홍해와 아덴만 사이라는 지정학적 가치 덕에 미국, 이탈리아, 일본, 중국, 프랑스가 군사기지를 건설한 한편 독일군, 스페인군, 영국군이 주둔해 있단다. 지부티는 군사 기지 임대로 1년 예산의 15%를 버는 한편 반군 활동 억제에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덤으로 여러 국가가 개입해 있어 어느 나라도 지배적 영향력을 펼치기 어렵다고. 한미 방위분담금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지부티 실리외교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날카로운 분석으로 쉽지 않은 독서가 될 것이라 예상했으나, 이와 반대로 동네 아재 바이브가 섞인 문장이 곳곳에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글쓴이가 본문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생각을 직접적으로 밝히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국제 정세, 세계사, 외교, 정치 등을 읽는 동시에 재미도 챙기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