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드라마는 세계 - TV 드라마를 향한 애호와 탐구의 시간
드라마 연구회 지음 / 뉘앙스 / 2025년 6월
평점 :
뉘앙스 도서 제공에 따른 서평 작성
한때 즐겨보던 드라마를 떠올려 보기도 하고 말로만 듣던 출판사 뉘앙스에서 나온 책이 궁금하기도 해 “드라마는 세계”를 읽기 시작했다. 뉘앙스는 음악 전문 출판사로 널리 알려진 프란츠에서 선보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본문을 읽기 전부터 여러모로 기대감이 들게 하는 책이다. 첫째, ‘드라마 연구회’라는 저자군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름의 이 모임은 임성한 작가의 작품을 공통분모로 두런두런 모여 앉아 가운을 입고 비녀를 꽂은 채 시작되었단다. 둘째, 책의 만듦새다. 프란츠에서 만드는 책이 보기 좋았음은 익히 알아왔으나 뉘앙스에서 나온 책은 처음 봐서 오랜만에 느낀 것이다. 책갈피로 쓸 만한 리모컨 모양의 종이도 그렇고 편성표를 표지 디자인으로 차용한 점도 그렇고 디자인 측면에서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드라마를 소재로 한 책이기에 읽기 전부터 기대했던 소재는 임성한 작가 또는 이 작가의 작품에 관한 것이었다. 책 초반부터 드라마 연구회가 이 작가 작품을 애호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24페이지부터 60페이지 가량 이어지는 ‘영상 매체의 양방향성과 외연 탈피 가능성 연구: 임성한 드라마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1부 글을 가장 집중해 읽었다.
임성한 작가가 절필을 선언하기 전에 나왔던 작품 몇 개를 신나게 봤던 시청자로서 임영주 작가의 글을 재밌게 읽었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친숙한 독자라면 공감하고 웃지 않을 수 없다. 막장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말할 거리가 많은 그의 드라마를 이참에 정리해볼 수 있었다.
“세뇌는 반복을 통해 이루어진다. 필자는 어느 순간 <인어 아가씨> 속 장면에서 사용된 소도구인 참빗을 구매하거나, 드라마 속 대사대로 딸기를 칫솔로 씻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는 무의식적인 수용의 흔적으로, 작가가 구축한 세계가 일상으로 스며든 결과라 할 수 있다.” p. 37
“앞에서도 언급했던 <하늘이시여> 표절 논란 당시의 입장문이 잘 알려져 있다. 이때 임성한은 시청자 게시판에 입장문을 올렸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다 쓰지 못하고 죽을까봐 걱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즉, 사과나 해명, 합리적 설명이 아니라, 자신의 창작 욕망이 얼마나 넘쳐나는지에 대한 선언이다. 그의 진술은 비난에 대한 회피가 아니라 외려 공격처럼 들린다. 즉, ‘나는 지금 이 세계를 쓰고 있으며, 그 세계는 오로지 나로부터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라는 작가로서의 존재 선언이자, 그 세계에 대한 일종의 신앙 고백으로 읽을 수 있다.” p.61
이외에도 사극, 시트콤, 다른 작가들의 드라마 등 한국 드라마를 소재로 한 글 세 편이 더 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