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올해의 문제소설 - 현대문학 교수 350명이 뽑은
한국현대소설학회 엮음 / 푸른사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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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연구자들이 모인 한국현대소설학회에서 선정한 2023년 문예지 수록 소설 열두 편을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023년 1년간 문예지에 발표되었던 작품 323편 중 추천을 거쳐 20편을 추린 후 최종 결정한 12편을 일명 문제소설로 엮여 있다. 눈에 익어 반가운 작가의 이름이 보이는 한편, 편집자이자 소설가로 최근 이름을 접해 읽어보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이 있어 반가운 마음에 책을 선택했다.


 소설 한 편과 이 소설을 분석 설명하는 작품 해설이 세트로 총 열두 개 구성되어 있다. 문예지에 수록되었던 소설이었기에 평소에 접하는 보통의 단편 소설 길이이고, 작품 해설은 서너 장 정도로 쓰여 있다. 부담 없이 차례에 나열된 작가와 작품명을 훑어보면서 마음 가는대로 원하는 소설을 읽는 것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책에 나열된 순서에 학회 또는 편집자의 특별한 의도가 담겨 있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작품은 소설가 이름을 가나다  순으로 정렬한 것에 맞춰 배치되어 있다. 작품 해설 역시 소설이 끝난 다음 페이지에 바로 시작하지만, 나름대로 소설의 의미를 곱씹어 보며 정리를 해본 후, 평론가 및 연구자가 쓴 작품 해설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올해의 문제소설”이라는 제목에 맞게 한국 현대문학의 최신 경향을 책 한 권에서 빠르게 파악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보통 문예지라고 하면 해당 권의 주제에 맞는 작품이 수록되기 때문에 일종의 경향성을 파악하려면 문예지 여럿을 펼쳐봐야 할 것이고, 특정 작가 한 명의 단편집을 보면 역시 작가 여럿의 작품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푸른사상사에서 2002년부터 출간되고 있는 『올해의 문제소설』의 매력과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영수 소설가의 「미래의 조각」이 책에 수록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의 ‘엄마’에게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이 전혀 심각해 보이지 않게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화자의 말마따나 ‘낙관주의자’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관주의자 같지도 않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엄마’가 공책에 쓴 자신의 일생과 일어나지 않은 일에 집중하게 된다. ‘엄마’가 지우고 싶은 과거가 가슴 아프게 느껴지고, 일어나지 않은 일이 너무 앞뒤가 맞지 않고 비현실적으로 쓰인 것 같아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요새 발간되는 소설책에서 보기 힘든 책 크기도 인상적이다. 가로 부분이 요즘 책보다 넓은, 10년 전쯤 많이 볼 수 있던, 요즘 보기에 조금 커 보이기도 하는 크기다. 오랜만에 작지 않은 크기의 소설책을 들어 반가운 마음도 들고, 읽으면서 불편함도 특별히 느끼지 못했다.    




이 글은 푸른사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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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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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tic Dreams”라는 제목에 북극 관련 아홉 개 소재를 장 제목으로 구성한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북극 생명체와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북극점 탐사 기지를 세우고 죽은 에드워드 이스라엘로부터 느낀 인간의 욕망이라는 두 가지 계기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생소하기만한 각종 생명체와 지역 이름이 포함된 문장을 읽으며 쉽지 않은 독서가 될 것 같다는 염려와 북극의 아름다움, 북극 생명체의 고결함과 같은 소재로 이야기가 쓰였을지 앞으로 나올 이야기를 조금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독서 나침반으로 활용하기 위해 책의 서문에 쓰인 글쓴이의 질문에 주목하게 된다. 그는 북극이 인간의 의식 세계에 미친 영향, 대지를 이용하려는 욕망이 대지에 대한 인간의 사고를 규정하는 방식, 북극과 관련해 부유해진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아르크디코스, 사향소, 북극곰, 일각고래, 대이동, 얼음과 빛, 땅, 항로, 역사 등 장 제목을 훑어보고 가장 읽어보고 싶은 3장 북극곰 페이지를 우선 펼쳤다. 부제로 “통찰하는 방랑자”라고 쓰여 있다. 해양 프로젝트에 임하며 물범 사냥을 하다가 발견한 북극곰을 시작으로 로페즈의 북극곰 에세이가 이어진다. 북극곰이 어떤 동물이고, 보호하기 위한 국제 협약이 어떤 역사를 거쳤는지, 북극곰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점은 무엇인지, 무얼 먹고 사는지, 걸음 속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정보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예상했던 것보다 북극곰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많아서 부담스러웠다. 북극곰에 대해 설명하다가 북극곰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기도 하고, 북극곰과 관련한 과거 특정 일화를 스토리텔링하기도 하고...      


 책은 ‘북극 학술 에세이’정도로 요약 가능하겠다. 북극 이곳저곳을 관찰하는 상황과 결과, 주요 북극 관련 소재의 현재까지의 연구 경향과 수확, 연관된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직접 보고 느낀 바를 생생하게 표현해줘서 현장감을 느끼기도 했다.


 북극과 북극 생명체가 궁금한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우리 일상 속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북극’이라는 미지의 공간을 통해 인간의 의식 세계, 대지에 대한 인간의 욕망 등을 추가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이런 사유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지루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조금 진지한 여행에 임하는 기분을 체험해볼 수 있겠다. 웬만해서는 가기 힘든 곳이기도 하고, 영상으로는 느끼기 힘든 깊이가 담겨 있기에 책을 통해 한 번 경험해봐도 좋겠다. 



이 글은 북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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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talk-talk)한 대화법 - 일잘러의 직장 소통법
최지혜 외 지음 / Book Insight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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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말하기입니다. 같은 말도 직장 안 동료들이 듣기 좋게 말하거나, 논리적으로 말해서 호감을 사는 동시에 업무 효율도 높이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다소 거친 언사에 서툰 표현으로 주변 사람을 피곤하고 힘들게 할 때도 있습니다. 이제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 이직을 준비 중인 사회인, 조직 내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 등 직장 생활을 하는 고려중이거나 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통과 대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바를 어떻게 하면 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해서 상사의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이제 막 입사한 사원과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 표지에 쓰인 글쓴이의 수가 상당해서 일단 관심이 생겼습니다. 리더십, 스피치 등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분들이더라고요. 여러 분야 글쓴이가 모여 집필된 책이라고 하니 그만큼 내용이 더 풍부하지 않을까 기대감이 들었어요. 그리고 책을 읽으며 기대감이 대체로 충족되었어요. 탄탄한 구성으로 300페이지 넘게 구성되어 있는 책입니다. 다소 두께가 있어 부담을 느끼긴 했는데, 주제별로 구성이 워낙 확실하게 나누어져 있어서 제가 원했던 부분을 발췌해서 읽어나가기 좋았네요.


 앞서 말했듯 상사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선배로서 타 사원과의 대화법에 관심이 있던 저는 챕터 2, 챕터3, 챕터8, 챕터 10에서 특히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선 챕터2의 “태도를 인정받는 후배의 대화법”에서 현실 직장 생활의 예시를 들며 선배에게 도움 요청하는 법, 핵심, 결과, 대안 말하기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그간 제가 상급자에게 사용했던 언어가 조금 비전문적이었다는 반성을 하기도 했고요. 챕터3의 “경험을 존중받는 선배 대화법”에서는 “프레임 만들기”, “3주 체크하기”, “동기 부여하기”등 후배의 업무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방법 예시가 나와서 좋았어요. 챕터8에 등장한 밀당 대화법 내용은 제가 딱 원했던 것이어서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어요. 챕터10에서는 공감과 경청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요.


 독자 각자 직장 내 대화와 소통 관심사가 다를 텐데요. 각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요한 부분을 목차를 통해 선별한 후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이 글은 북인사이트, 열린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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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좌충우돌 몽골제국사 한빛비즈 교양툰 32
봉닭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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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좌충우돌 칼럼” 순으로 총 20화 수록되어 있습니다. 각 화에서 주제 하나가 만화로 다루어지고 보충 설명하는 차원에서 “좌충우돌 칼럼”에 짧은 줄글이 쓰여 있습니다. 만화의 그림체는 귀여운 편이고 학습 만화를 떠올리게 하는 색채와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어요. 빽빽하게 만화가 가득하지 않고 내지 한 면에 한 컷에서 두 컷이 그려져 있어요. 그렇지만 유라시아 역사 배경지식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메모를 조금씩 하거나 인명, 제도, 왕조를 비롯한 고유명사를 복기하느라 책장을 넘기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네요.    


 책 초반 2화부터 5화까지 몽골제국의 흥망이 축약 설명된 후, 6화부터 몽골제국 문화사와 교류사 위주로 이어집니다. 방대한 제국 특성에 따른 다양한 언어(중국어, 페르시아어, 몽골어) 사용, 증류주의 전파, 왕실 사냥과 매 활용, 잠치 운영, 직물 중심 교역 등 연결성과 흐름을 키워드로 흥미로운 내용이 펼쳐집니다. 대립과 연합 장면을 통해 정치사를 보여주는 것은 제한적으로나마 책 초반에서만 볼 수 있고요. 하여, 책 제목에 포함된 ‘몽골제국사’라는 말이 과연 적합한지 의문이 생깁니다. ‘몽골제국교류사’ 또는 ‘몽골제국문화사’가 책 내용을 아우를 수 있지 않을까요. 다시 책을 자세히 보니 표지 하단에 “초거대 제국의 문화를 한눈에!” 라는 문구가 있긴 하네요.  


 영상이나 책을 보면서 그동안 듣고 넘어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거나, 들었던 기억조차 없던 중세 유라시아사를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것들을 한번 접해보는 기회로 삼기에 좋았습니다. 대충 차가다이 울루스가 어디쯤에 있었고 카안 울루스가 어디쯤에 있었는지, 칭기즈 칸 즉위와 호레즘 왕조 멸망의 연관성, 칸과 카안의 차이 등등 조각 형태로 단편적 사실에 친숙해졌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전체적인 역사를 콤팩트하게 훑어보는 것을 만화로 해결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제가 무리한 것이겠지요.  


 그림의 세세함이 보기 좋았습니다. 구상부터 표현까지 보통 품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며 읽었네요.


 초판 한정 부록으로 나온 ‘몽골 인물 열전’도 유익하게 읽어볼 수 있었어요.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26045)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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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석학이 알려주는 자녀교육법 : 역사 서울대 석학이 알려주는 자녀교육법
김덕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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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산하 출판부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나온 “서울대 석학이 알려주는 자녀교육법” 시리즈의 ‘역사’ 분야 도서가 출간되었어요. 모든 부모에게 자녀 양육은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기에 서울대 소속 연구자들이 자녀 양육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여덟 가지 주제로 책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 “역사”가 이 여덟 개 중 키워드 하나로 꼽힌 것부터 눈길이 갑니다. AI를 비롯해 기술, 공학 분야 또는 전문직종 관련 전공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의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 학문을 중요하게 인식했기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요? 


 책을 받아보니 거창한 제목과 출간 의도와 대비되는 얇고 가벼운 책이 인상적입니다. 서양사를 전공한 역사교육과 소속 교원이 집필한 도서라고해요. 이력에 나온 대중 상대 역사 교육 활동이 눈에 띕니다.


 역사 교육의 정의, 효과, 교육과정 속 역사교육, 대학 역사 전공과 직업, 단계별 역사교육, 역사를 재미있게 공부하는 법,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대비 방법, 디지털 시대의 역사교육 그리고 역사교육 방법 등 ‘역사학’, ‘역사교육’, ‘역사 공부’를 키워드로 한 흥미로운 소재가 여럿 포함되어 있어요.


 시리즈의 집필 의도는 학부모의 자녀 양육을 위해 도움을 주기위함이라고 밝혔지만, 책 전체를 읽어 보니 학부모뿐 아니라 학생들과 강사 및 교사를 위해서도 손색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사의 개념, 한국 교육 과정에서 역사교육의 현황, 삶에서 역사의 효용, 역사를 보다 재밌게 공부하는 방법 등 역사를 배우는 사람이나 역사학에 관심 있는 성인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펼쳐집니다.


 역사학 전공자인 글쓴이가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제시하는 역사교육 조언을 눈여겨 읽어볼 만 해요. 그간 대중과의 교류를 통해 사람들이 역사교육 분야에서 어떤 사안들을 궁금해 하는지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책 후반부 “역사,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섹션도 흥미롭게 읽었어요. 본문 텍스트 요약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질문과 답 형식으로 구성해 놓았어요.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사학과에 진학해도 되냐는 질문에 쓰인 답이 기억에 남네요. 역사공부는 어떤 직업을 가지든지 평생 즐겁게 개인적으로 할 수 있으니, 희망 직업이 따로 있다면 그와 관련한 전공을 추천한다는 것이에요. 역사교육과 소속 교원의 참 솔직한 답변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글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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