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아드리앵 고에츠 지음, 조수연 옮김 / 열음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신고전파의 대표적인 작가가 그린 작품인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를 소재로 내용을 구성하고있는 이 책!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게 전개된다. 나는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라서, 이 작품이 사라졌다는 사실 조차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당연히 이 책의 표지에 실린 작품이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그림은 앵그르의 또다른 걸작인 <오달리스크>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없어진 걸작인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정말로 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나와같은 문외한들에 의해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어딘가에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되어 있을까?
이 책은 잃어버린 작품인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와 같은 제목을 가지고있다. 총 3부로 이루어지는데, 제 1부는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제 2부는 '파르네세 정원 풍경', 제 3장은 '기수 없는 말들의 경주'로 구분되어진 채 내용이 전개된다.
오달리스크가 상상이었다면 이 여인은 현실이었다.
오달리스크가 동양이었다면 그녀는 서양이었다.
그녀는 내 노년을 비추어줄 빛이었다. (본문 31쪽)
제 1부는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를 그린 작가인 앵그르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1861년 파리에서, 그가 노년이 되어 지난날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사라진 그 그림을 그리게된 경위와 그 후의 일들을 말해준다.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상상했던 여성을 우연히 마주하게 된 앵그르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그녀를 하나의 화폭에 담는 일을 할 때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정말 벅차고 흐뭇하고 놀라웠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일찍 세상을 떴지만, 앵그르는 자신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간간이 삽입하여 그녀를 느끼고 있었다.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때,,, 더 추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의 기억속에 자리잡은 그녀. 어쩌면, 앵그르에게는 그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대를 하고 우상이라고 여겼던 존재가 타락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게되면 정말 허탈하지 않은가. 앵그르의 예술활동에 그녀의 이른 죽음은 오히려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극적인 연출도 없고 멋을 부리는 것도 아닌,
저녁 무렵과 별이 떠오르는 하늘은 아름다운 시와도 같았다.
때로는 행인 하나 없이, 우물가에 여인 하나 없이 건물만 그리기도 했고,
때로는 나무와 바람만 그리기도 했다. (본문 79쪽)
제 2부는 인상파의 선구자로 불리우는 프랑스의 화가 카미유 코로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는 풍경화를 주로 그리는 화가이다. 그가 만난,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에 대해 잘 알고있는 한 여성은 제 3부에서 그 존재가 밝혀진다. 제 3부에서 내용을 전개하는 이는 제리코의 제자이자 사진작가인 어떤 인물이고, 2부에 등장하는 여성은 제리코와 사랑에 빠졌던 여인으로 제리코에게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작품을 준 장본인이다. 제리코는 낭만파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프랑스의 화가로, <메두사호의 뗏목>이라는 유명한 작품을 남겼다. 자처하여 <메두사호의 뗏목>의 모델이 된 들라크루아는 우리가 잘 알고있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는 작품을 남긴 화가이다. 이 짧고도 긴 이야기는 들라크루아가 이 모든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암시만을 남긴채 끝이난다.
저 위에서는 아폴론이 자신의 황금 전차를 타고 어둠의 뱀을 향해 활을 흔들고 있고, 그의 말들은 그를 태우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본문 151쪽)
사실과 허구를 바탕으로 절묘하게 쓰여진 이 책은 정확한 답을 내지않고 여운을 남긴다. 아마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의 행방이 묘연하기 때문에, 더 깊이있게 가상의 이야기를 지어낼 수는 없었으리라 여겨진다. 나는 지금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헷갈린다. 그런데 그렇게 구분짓는 것이 무슨 소용이랴. 단지 내가 아쉬운 점은, 우리가 그 그림을 본 모든 이들이 감탄을 자아냈을 정도의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떤 그림일까? 그 행방이 묘연하기 때문에 더더욱 궁금해지는,,, 이 걸작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