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구광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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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점에선 만족하고 있다.

하나는 충분한 담배이고 또 하나는 넘쳐나는 책들이다"

 

체 게바라. 그는 아르헨티나 출생의 쿠바 정치가이자 혁명가로, 우리 시대의 가장 성숙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나는 이 책,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을 읽기 전까지 그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했다. 이름은 익히 들어봤지만, 그가 정작 무슨일을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구광렬씨는 우리에게는 약간 낯선 중남미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가 직접 발벗고 뛰어다닌 결과 얻은 자료들 그리고 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 책을 나는 호기심어린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체 게바라는 중남미 여행, 특히 '세기를 넘어 지탱하고 있는 마야 유적지'를 둘러본 뒤, '청년 아메리카의 힘찬 맥박과 눈부신 비행운의 숨결'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힘찬 맥박과 숨결이 역사를 만나 구체적으로 현현된 시들은 시인의 체온으로 데워진 눈물이요 피다. 그 눈물과 피는 방울방울 마른 땅을 적시는 강물 줄기가 되어 민중의 바다를 향해 흘러간다. (본문 42쪽)

 

체 게바라의 녹색노트에는 그가 필사한 69편의 시가 특별한 규칙이나 순서 없이 작성되어 있다. 69편의 시들은 세사르 바예호의 시 18편, 파블로 네루다의 시 17편, 니콜라스 기옌의 시 25편, 레온 펠리뻬의 시 9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체 게바라가 당시의 상황과 느낌을 적고 있는 자신의 일기에서 주는 느낌은 당시에 필사된 녹색노트의 시들이 주는 느낌과 비슷하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펜을 놓지않고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에게 힘을 주는 시들을 필사한 체 게바라. 그는 아마도 이렇게 시들을 필사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리라 생각된다.

 

"콩고, 여기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격전지라네. 난 제국주의자들에게 일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다네. 풍차를 향해 질주하는 돈키호테처럼 가슴에 녹슬지 않는 창을 품은 채, 자유를 쟁취하는 그날까지 앞으로만 달려갈 것이라네."

 

체 게바라의 69편의 시들이 필사된 시기를 1965년 3월부터 1966년 3월까지의 아프리카 시절, 1966년 4월부터 1966년 10월까지의 휴식기 즉 쿠바시절, 그리고 1966년 11월에서 1967년 10월 8일의 볼리비아 시절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는 의사의 꿈을 접고 혁명가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독서와 시가, 동물을 좋아하고 제국주의에 반대하며, 혁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려고 했던 체 게바라. 불쌍한 사람들을 염려하고 도와주는 그의 착한 성품. 정말 내가 생각해도 이 시대의 가장 성숙한 인물은 바로 체 게바라가 아닐까 한다.

 

"저는 더 이상 편지를 쓸 수 없을 것입니다. 이 편지가 마지막이라 생각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사는 동안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진실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 지금부터 저는 죽음을 실패라 여기지 않을 겁니다. 터키의 혁명시인 힉멧이 노래한 것처럼 '난, 단지 하나 미완성 서사시의 슬픔을 무덤으로 가져갈 뿐'이니까요." 

 

체는 1967년 10월 9일, 그의 나이 39의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오늘날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숨쉬고 있다. 혁명 아이콘으로서, 문화와 상업 아이콘으로서 체는 세계 각국에서 언급된다. 다만 자본주의를 비판했던 체의 정신과는 반대로 상업적으로 그의 이미지가 사용되고 있음을, 그리고 많은 이들이 체의 혁명적 정신을 잊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진정한 혁명가는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성에 의해 인도된다. 사랑 없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혁명가가 될 수 없다."

 

사랑과 정의로 가득했던 체 게바라! 나는 그에게서 또다른 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의 숭고한 정신을 가슴깊이 새기며 오늘을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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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8-06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이리뷰 축하드립니다.
좋은 책을 알게 됐네요. 덕분에...

안녕뽕뽕 2009-08-06 20:37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뒷북소녀 2009-08-1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뽕뽕님, 제가 아시는 분 맞으시죠?
여기서 만나니 반갑네요. 축하드려요. :)

안녕뽕뽕 2009-08-10 14:07   좋아요 0 | URL
뒷북소녀님, 여기서 만나니 더욱 반갑네요^^
감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