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에 출간된 책 중에서 올해의 책을 보통 고르지만, 나는 올해 출간된 책을 많이 읽지 않았기에 22년에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올해의 책을 골라봤다. 순서는 그냥 무작위로 적은 것이다.
<옥스퍼드 세계사>, 교유서가, 2020
문명사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히스토리를 쓴, 현 시점에서 가장 완벽에 가까운 세계사 서적이다.
2. 토니 주트, <재평가>, 열린책들
6~7월에 읽으면서 대가의 필체에 감탄하면서 역사의식의 중요성에 대해서 지적 자극을 많이 받았던 책이다. 특히, 20세기의 역사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참조가 되었다.
3. 이정철, <권력 이동으로 보는 한국사>, 역사비평사
이 목록에 있는 다른 책은 서평을 썼는데, 이 책만 서평을 쓰지 않아 조금 자세히 감상을 말해보려 한다.
이 책은 올 1월에 사서 부분부분 읽다 2월에 완독하였다. 이때는 알다시피, 한국에서 중요한 사건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한치 앞을 알지 못하던 그때에, 여론의 대세는 지난 5년에 대한 비판적, 회의적 평가였다. 나 자신에게도 과연 그간 개혁은 옳았을까? 라는 물음이 가시지 않았던 때 이 책을 읽었다.(이정철 교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사 연구자이기도 하다, 이분이 쓴 단독 저술은 다 소장하고 있다)
이 책은 7세기경 삼국시대부터 조선왕조의 성립 때까지 정치적으로 중요한 개혁이 행해졌던 역사적 국면을 촘촘히 다룬 책이다. 저자는 아직 개혁이 옳았는지 논하기에는 이르다면서 이 책을 통해 개혁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일어났는지 설명한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현재의 정국을 염두에 둔 서술도 많이 보이며, 다각적으로 한국사의 중요한 정치적 전환기를 살펴보는 저자의 촘촘하고 섬세한 분석에 흐릿한 머릿속이 또렷해졌다. 좋은 책은 읽으면 머리가 개운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내 올해의 책이다.
4. 마사 누스바움, <시적 정의>, 궁리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이론적이면서도 감동적인 필체로 잘 서술하였다. 문학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줄 것이다.
마사 누스바움은 (흔한 출판사의 상술 문구가 아니라 정말로) 문예이론, 정치학, 페미니즘 이론 등에서 뛰어난 업적을 많이 남긴 학계의 석학인데, 그녀의 다른 저서도 번역이 많이 되어 나왔다.
5. 폴 우드러프, <최초의 민주주의>, 돌베개
매우 탁월한 민주주의 입문서. 민주주의 이념을 일곱 가지로 간결하지만 대범하게 정리하면서도, 주요 논점들을 놓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공부하고 싶다면, 우선 이 책의 내용부터 숙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자주 다른 책의 내용과 연결 짓게 되었는데, 좋은 책은 역시 다른 좋은 책들을 불러온다.
6. 매슈 윌리엄스, <혐오의 과학>, 반니
혐오가 만연한 현재에, 혐오와 혐오범죄의 원인과 그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