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논의는 제1차 세계대전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임진전쟁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전쟁은 국가 혹은 주권체 사이의 일어나는 일이니 어느 정도 책임 소재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전쟁이라는 수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야기하는 사건이 특정 국가, 특정 관념, 특정 개인의 책임일 수는 없다.

‘왜?‘라는 물음과 ‘어떻게?‘라는 물음은 논리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이지만 우리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어떻게라는 물음은 특정한 결과를 낳은 상호작용의 연쇄를 면밀히 살펴보도록 이끈다. 그에 반해 왜라는 물음은 제국주의, 민족주의, 무장, 동맹, 거액 금융거래, 국가의 명예, 동원의 역학 같은 범주별 원인들을 조사하도록 이끈다. ‘왜‘ 접근법은 특정한 분석적 명확성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실상을 왜곡해 허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허상 안에서는 인과적 압력이 꾸준히 증대하고, 사태를 내리누르는 요인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정치적 행위자들이 그들의 통제 바깥에 있는 오래된 세력들의 한낱 실행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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