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회의 여성에 대해 서술함으로써 거기서 교섭되는 것은 무슬림 여성이나 제3세계 여성들의 ‘해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서양/제1세계 여성들의, 주권을 가진 주체로서의 아이덴티티 구축이 아닐까. 이때 제3세계 여성들은 서양/제1세계 여성들이 자기 사회의 젠더 이코노미 속에서 소외된 동일성/자기 구축을 교섭하는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 P17
오리엔트 여성들은 자기 사회의 남성들과의 관계에 의해 젠더화되는 동시에 서양 여성들과의 관계에 의해서도 이중으로 젠더화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사회에서 서양인 남성에 의해 여성으로 젠더화되어 있는 서양인 여성은 주권을 가진 서양인 주체라는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기 위해 오리엔트 여성과의 관계에서 그녀들에게 여성성을 부여하고 그녀를 자신의 타자로 만듦으로써 자기 자신을 남성으로 다시 젠더화한다. - P16
그러므로 나는, 일본군의 ‘위안부‘였다는 한국 여성들의 증언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느끼는 아픔만이 아니라 침략받아 식민지화된 피식민자로서의 아픔의 목소리도 듣는다. 그녀들의 증언에서 성적 폭력의 자국만이 아니라 식민지주의의 생생한 폭력의 흔적을 칮아내야만 한다. - P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