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이 출판되었다. 

임진왜란은 단순히 조선과 일본 간의 전쟁이 아니라, 명나라까지 개입하였던 동아시아 국제 전쟁이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명나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였고, 관련된 책도 적었다. 그런 상황에서 명나라의 입장에서 임진왜란사를 기술한 이 책이 나온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1권의 부제는 출정 전야, 2권은 평양 수복이다. 아마 1권에서는 임진왜란 참전까지를, 2권에서는 평양 수복 등 실제 전투 과정을 담은 것 같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과 관련, 상대적으로 국역이 되어 있지 않은 중국 명나라와 일본의 자료들을 검토하였고, 이 과정에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명군의 최고 지휘관이었던 송응창의 <경략복국요편>과 형개(邢玠)의 <경략어왜주의(經略禦倭奏議)>에 주목하였다."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임진왜란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당대의 기록들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1. 이순신, 난중일기

첫 번째는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의 <난중일기>다.


서해문집의 번역은 가독성 좋게 번역되고 편집되어 읽어볼만하다. 


노승석 선생님의 번역이 아마 가장 최고의 번역본이지 않나 싶다. 이분은 난중일기 연구로 학위를 받으시고, 10년 넘게 난중일기 연구에 집중하신 권위자시다. 충실한 각주, 정확한 번역, 그리고 해제에선 난중일기의 판본을 전체적으로 검토하여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책이다. 


<난중일기: 유적편>은 사진 자료를 늘려 조금 더 접근하기 쉽게 만든 판본인 듯하다. 


글항아리에서 나온 박종평의 <난중일기>는 <친필 일기>, <서간첩> 같은 자료들과 더불어, 이순신의 조카 이분이 쓴 이순신 전기까지 수록하였다. 1200쪽이 넘고, 가격도 6만원대라 부담스럽지만, 다른 데에서는 번역되지 않은 글들이 많아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2. 류성룡 징비록

다른 번역본은 어떤지 모르지만, 일단 이 세 개의 번역본이 평가가 좋다. 


오른쪽부터. 

위즈덤하우스에서 나온 이재호 역본 징비록. 이재호 선생님은 조선사의 대가라 하신다. 

두 번째 판본은, 논형에서 나온 <판본비교 징비록>으로, 한학자들이 모여서 여러 판본들을 대조해가며 번역하였다. 그렇게 비교한 원문도 수록했다. 

마지막은 김시덕 번역의 징비록이다. 김시덕 선생님은 한중일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포괄적이고 입체적으로 동아시아의 역사를 연구하신다. 이 역본도 그러한 관점이 잘 드러나는데, 특히 일본이 어떻게 징비록을 수용했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3. 고대일록

<고대일록>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책인데, 이 책도 무엇 못지않게 중요한 기록이다. 

이 책은 경남 함양의 의병장 정경운이 쓴 일기인데, 전쟁 상황의 모습을 소상히 적었으며, 정경운의 개인적인 감정과 생활상도 알 수 있어 <난중일기> 못지않은 전쟁 문학의 백미이다. 


서해문집 판본은 현재 아쉽게 절판되었다. 태학사에서 나온 <고대일록>의 번역자는 박병련, 설석규, 신병주, 정우락, 한명기 등 기라성 같은 연구자분들이 참여하셨다. 그러나 총 3권에 8만원이라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고전번역원에 전문 번역이 되어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이쪽을 참조하시길!


4. 쇄미록

선비 오희문이 임진왜란 기간 동안 피난 생활을 하며 지은 일기를 묶은 책이다. (1591~1601)

다음은 문화재정의 책 소개 문구 인용

"장수현에서 보고 들은 각 지역의 전투현황과 각 의병장들의 활약상, 왜군의 잔인한 살인과 약탈행위, 명나라 군대의 무자비한 약탈과 황폐화, 전란에 따른 피난민사태, 군대징발, 군량조달 등 다른 자료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사들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당시 민중의 생활상과 지방행정의 실태 등 임진왜란에 관계되는 사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전반의 경제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으며, 민간인으로서 생활체험적 기록이기 때문에 더욱 그 가치를 더해준다."



5. 일본 측 기록

- 루이스 프로이스

루이스 프로이스는 16세기 후반 일본에서 활동했었던 예수회 선교사이다. 


<일본사>라는 방대한 분량의 역사서를 저술했는데,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도 가까이 지내 그들의 모습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다. 단, 루이스는 임진왜란 때 직접적으로 한국에 오지는 않았기에 다른 이들을 통해 임진왜란에 대해 기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 케이넨 

케이넨은 일본의 승려로, 정유재란 이후인 1597년 6월부터 1598년 2월까지 약 9개월 동안 조선에 군의관으로 종군한다. 

노예로 팔려가던 조선 인민들, 일본군의 만행으로 고통받던 조선 인민들의 모습에 가슴 아파하며, 그들의 고통을 증언한 책이다. 



6. 전쟁 문학 (일기 제외)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최척전>, <김영철전>, <강로전>, <전생기우기>를 수록하였다. 


역자인 박희병 선생님은 고전문학 전문 연구자이신데, 현재 남아 있는 모든 고전 자료를 비교하여 신뢰할 수 있는 번역본을 내놓으셨다. 


참고로 이 시리즈는 여러 권이 있으니, 고전 문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찾아보시길 바란다. 



7. 임진왜란 관련 서적 추천

- 한명기, <임진왜란과 한중관계>

도올옹 유투브 채널에 한명기 교수의 임진왜란 특강 총 8개의 동영상이 올려져 있는데, 임진왜란에 대해 전반적으로 그리고 깊이 알 수 있으니 같이 보시면 좋을 듯하다












- 김시덕


























- 임진왜란 동아시아 삼국전쟁

여러 학자들의 논문을 하나로 엮은 책이다. 존 B. 던컨 등 서양 학자도 참여했다.

김시덕의 책과 마찬가지로, 임진왜란을 조선의 관점뿐만이 아니라 일본, 명에 대해서도 분석했으며, 임진왜란이 누르하치에 미친 영향에 대한 글도 있다. 그리고 각국이 임진왜란에 대해 어떠한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왜 그러한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들이 이어져 임진왜란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깊게 해준다. 






- 한반도 분할의 역사

이 책은 임진왜란만 다룬 것은 아니지만, 독특한 시각에서 임진왜란을 연구했기에 추천해본다. 임진왜란 중 명과 일본은 조선은 배제한 채로 강화협상을 하는데, 이때 일본측이 내건 조건 중 하나가 한반도 남부를 일본의 할지화였다. 그런데 그때 요구한 영토들을 보면, 오늘날의 38선과 얼추 일치한다. 어떤 의미에서 한반도 분할 구상의 시작이 임진왜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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