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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카페 - 작지만 큰 또 하나의 나, 우리가 몰랐던 진짜 콤플렉스 이야기
가와이 하야오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이제껏 읽은 융 심리학 책 중에 제일 재미나고 유익했다. 쉽게 설명하는 저자의 솜씨가 빼어나 융 심리학(분석심리학)에 대한 입문서로서도 훌륭해 보인다.
이 책은 콤플렉스(감정으로 물든 복합체)에 대해 설명한다. 콤플렉스가 무엇이며 어떤 종류가 있는지, 콤플렉스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콤플렉스를 어떻게 해소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한 설명들을 통해 콤플렉스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유익하다.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 자아는 계속 성장한다
이 책이 특히 재미났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자아 성장이 죽을 때까지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본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아는 존재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과 스스로를 변혁하려는 경향이라는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 경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는 자아는 언제나 미완의 상태이자 발전하려는 경향 쪽으로 열려 있는 존재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37쪽)
"자아의 불안정성은 자아가 완성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계속해서 발전해가는 존재라는 데에서도 비롯될 것입니다.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어딘가가 열려 있어야 합니다. 완결되어 있는 것에는 발전이 없지요. 그러나 열려 있다는 것은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40쪽)
자아 성장을 위해 맞서야 할 중요한 상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콤플렉스다. 자아 성장을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필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음의 큰 상처, 즉 콤플렉스에 맞설 줄 알아야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2. 정상과 비정상을 해체하는 시각
이 책의 재미난 둘째 이유는 자아도 콤플렉스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런 시각은 놀랍기까지 했다. 이는 정상과 비정상을 해체하는 시각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아도 콤플렉스의 일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다만, 이것은 다른 콤플렉스와 달리 안정도가 높고 운동기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자아는 주류파이자 당권을 잡고 있는 파벌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지요."(43쪽)
평소에는 정권의 통제에 따르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반발하는 것처럼, 콤플렉스는 때때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이런 시각에서 저자는 콤플렉스를 바그너 악극의 라이트모티브(leitmotiv)에 비교한다. 정말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3. 콤플렉스의 긍정성과 창조성
이 책은 콤플렉스를 부정적으로 보고 치료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거꾸로 본다. 자아의 일면성을 보상하는 것으로 콤플렉스가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것에 주목한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인격의 발전 가능성으로 본다. 사실, 이것은 프로이트와는 다른 융 심리학의 큰 특징이다. 융은 이렇게 말한다.
"콤플렉스는 심적 생명의 초점이자 결절점이다. 이것은 없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콤플렉스가 없어지면 마음의 활동이 정지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95쪽)
콤플렉스가 전혀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뿐이다. 인간의 마음은 자아와 콤플렉스의 영원한 투쟁과 동거다. 청소년 시기에는 특히나 자의식이 강해지기 때문에 콤플렉스 문제가 더 커진다.
4. 사회적 관계까지 아우르는 넓은 시야
이 책은 융 심리학을 설명하지만, 시야는 결코 협소하지 않다. 프로이트와 아들러의 심리학을 크게 아우른다. 그래서 각각의 학파에서 보는 시각보다 더 높은 시야에서 보는 것이 가능한다.
그보다 더욱이나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사회적 관계까지 아우르는 시각이다. 심리학 글을 읽을 때 답답함을 느끼는 때가 가끔 있다. 사회적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배제하고, 마음 속의 문제로만 볼 때가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사회와 심리를 함께 봐서 통쾌함이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분석이 그렇다.
"열등감 콤플렉스가 강한 사람들이 모였을 때, 그것을 암암리에 공유물로 삼은 다음 다수의 힘을 믿고 허세를 부리거나 열등감에 대한 반동형성에 의해 스스로를 지키려 합니다. 이른바 불량소년 집단 등이 그렇지요. 이런 집단의 결속력은 아주 단단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집단을 벗어나면 개인으로서 자기 자신의 열등감 콤플렉스와 대결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 콤플렉스의 공유 현상은 불량소년뿐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부부관계, 친구관계, 다양한 그룹 안의 인간관계 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콤플렉스의 공유는 그 집단의 구성원을 이어주는 최대의 끈이며, 콤플렉스의 강도가 강한 만큼 그 강력한 연대감이 구성원의 개성을 죽이는 것으로 작용하기 시작합니다."(121~123쪽)
나아가 저자는 사회적 관계의 '배치'에 주목한다. 이쯤되면, 심리학에서 시작해서 사회학적 시각까지 아우르게 된다.
저자에게 그런 시각이 있기에, '트릭스터'의 역할을 높이 친다. 트럭스터는 인간 관계에서 억압된 콤플렉스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는 선이자 악이며, 파괴자이자 창조자다. 또 그는 장난꾸러기이자 문화영웅이다. 그는 사회적 관계의 배치 속에서 형성된 억압을 무너뜨린다.
5. 자아와 콤플렉스의 바람직한 관계
콤플렉스를 해소하는 것은 사실 두려운 일이다. 직면하기에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감정의 폭발'이 일어나며,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평소에 대처할 수는 없을까?
저자는 콤플렉스가 자아에게 억압되어 서서히 힘을 쌓아가기 이전에 적절한 접촉을 갖고 때때로 작은 폭발을 동반하거나 그 내용을 자아에 통합하는 노력을 할 것을 당부한다. 이럴 때 자아와 콤플렉스가 바람직한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가와이 하야오는 일본에 융 심리학을 도입한 선구자로, 일본 융 심리학의 1인자로 불린다고 한다. 그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융 심리학자 중 한 명에 속할 것 같다. 이는 우리나라 융 심리학계와 비교하면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우리나라 융 심리학은 남의 것을 이제 겨우 소화하는 단계에 있다. 더구나 입시교육의 폐해 때문인지 도식적인 이해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특히 원형에 대한 이해가 그렇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가와이 하야오는 융 심리학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수준을 넘어서 있다. 그것은 이미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고, 다른 학파의 것도 받아들이며, 사회적 관계에 대한 남다른 통찰까지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서양과는 다른 일본인만의 콤플렉스를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무조건 강추하고, 심리학에 관심이 없더라도 삶에 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융 심리학의 대가가 정말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사족1>
뛰어난 융 심리학자를 만나서, 전보다 더 융 심리학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융이 제안한 '원형'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 책도 "원형은 어디까지나 가설적인 개념이며, 우리는 원형의 존재를 알아낼 수는 없"(233쪽)다고 말한다. 나는 원형이라는 가설을 폐기해 보고 싶다.
<사족2>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살짝 의심스러운 번역이 있다. "자아방위의 기제"(97쪽)로 번역했는데, 이는 "자아의 방어기제"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