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시 에디션 D(desire) 2
제임스 발라드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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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발라드가 쓴 크래시는 현대인의 과잉된 성적욕망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책 속에 등장인물은 범인의 눈으로 보기엔 정상적인 사람이 하나도 없다. 외도를 통해 성적자극 충족시키는 발라드 캐서린 부부와 자동차 사고에 강한 에로티시즘을 느끼는 본이 주요 인물이다.




본은 유명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차를 들이받고 여배우와 오르가즘을 느끼며 죽는 게 목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발라드는 아내 캐서린이 있지만 서로 합의하에 외도를 즐기고 있다.




어느 날 발라드는 헬렌의 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헬렌과 다시 만난 발라드는 차안에서 격렬한 성관계를 가지게 된다. 발라드는 헬렌을 통해 본을 처음 만난다. 본은 오직 자동차와 자동차 사고를 통해서만 성적 쾌감을 얻는 인물이다. 본은 발라드를 보자마자 그의 사고흉터에 깊은 관심을 표하며 사진까지 찍는다.




본과 인연이 깊어질수록 발라드와 아내 캐서린 또한 본의 성적 충동에 동참하게 된다. 결국 발라드는 캐서린과 자동차 사고를 낸 뒤 성관계를 가지며 강한 성적쾌감을 느낀다.




등장인물의 궁극적인 목표를 성적 자극과 극한의 쾌락 추구다. 이를 지켜보는 독자는 무척 불편해지게 된다. 이들은 자동차와 자동차사고를 통해 성적욕망을 충족한다. 작가가 이들의 성관계를 기계처럼 표현한다.




이들의 성관계는 브레히트가 말한 소격 효과처럼 독자에게 전혀 공감가지 않는다. 심지어 야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노골적인 묘사와 관계의 횟수 상당함에도 오히려 읽을수록 껄끄럽고 불편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이 작품의 새로움이자 매력이다.




소설은 독자의 일반적인 상식에서 상당히 멀리 가 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봤지만 제임스 발라드의 필력이 고스란히 담긴 소설이 더욱 충격적이다. 오히려 영화는 조금 자극적인 야한 영화 정도에 머문다. 글이 가지는 힘이 크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강렬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지만, 동시에 두 번 다시 읽기에는 두려운 책임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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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다리 만들기 - 다이어트보다 쉽고 빠른 예쁜 다리 홈 클리닉 도어북 녹색건강 시리즈 3
신정애 지음 / 도어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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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때 공부하라는 잔소리만큼이나 잘 들었던 얘기가 자세 바로하라는 잔소리였다. 오래도록 책상머리에 앉았다보니 쉽게 자세가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성장기 한창 클 때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자칫 불균형한 체형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공부만큼이나 등한시한 잔소리라 지금에 와서 후회해봤자 한숨뿐이다.



20살을 훌쩍 넘긴 지금의 내 다리는 완벽한 O자 다리다. 밖에 나가도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혹은 길거리에서 만난 쭉쭉 뻗은 아름다운 각선미를 볼 때마다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이힐을 신고서 커버해보려 하지만 발이 아프고, 바지만 입기엔 예쁜 원피스가 너무 많다. 그래서 작심하고 체형교정에 도전하고자 이 책을 선택했다.



사실 책을 읽기전까진 긴가민가했다. [걸그룹다리만들기]란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기도 했지만, 책 한권으로 지금껏 지탱해온 체형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란 회의가 들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한방에 날려줄 만큼 책은 매우 고무적이다. 10주간 꾸준하게 노력하면 교정체조만으로도 휜 다리를 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체형교정 전 잘못된 습관, 자세를 고쳐야한다고 말한다. 즐겨 신는 신발 또한 점검해야한다. 잘못된 신발은 바르지 못한 자세만큼이나 다리를 망친다. 그런 다음 고관절, 무릎관절, 발목관절 순으로 관절을 바로잡아나간다. 관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아쉽지만 각각의 중요성을 일깨워져서 나름 괜찮다.



일단 체형측정용 페이퍼를 이용해 앞으로의 교정과정을 측정한다. 말이 체형측정용 페이퍼지 세로줄이 죽죽 그어진 ‘내 다리가 얼마나 벌어졌느냐’를 눈금재듯 볼 수 있는 종이다. 각 관절에 대한 교정체조가 끝나면 ‘가늘고 섬세한 근육만들기’ 자세로 들어간다. 각 항목별로 5개의 체조가 있는데, 크게 어렵지 않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애초에 쉬운 동작으로만 만들어진 거 같다. 대신 운동효과를 높이기 위해 양과 시간 점차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사실 모든 운동을 시작할 때, 함께할 사람이 필요하다. 자세가 바른지, 똑바로 하는지 체크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은 책만 보고 혼자서 하기엔 쉽지 않다. 이 책은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 동작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자세한 설명을 하려 애쓴다. 또 동작자체가 어려운게 없어 애초에 책으로도 이해하고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이 책은 교정체조 외에도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일상에서 활용하기 좋은 생활체조’라던가, ‘다리를 길어보이게 하는 힙업 체조’, ‘리 보양별 생확 속 금기 자세’등은 꽤 괜찮은 정보다. 하지만 ‘스타일리스트 고민정의 다리를 살리는 코디법’는 판단미스인거 같다. 차라리 다른 교정체조동작을 넣었다면 좋았을 부분이다.



평소 바른 자세로 생활하는 것의 중요성을 해부학을 통해 알게 된 점은 큰 소득이다. 이것은 교정체조를 더 열심히 하게 자극한다. 마음은 벌써 늘씬한 다리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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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드
무라카미 류 지음, 이영미 옮김, 하마노 유카 그림 / 문학수첩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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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처럼 서술된 작품으로, 개인의 내면을 지키는 '방패'가 무엇인지 성찰해 보는 소설이다.

 

이 책은 기지마와 고지마라는 두 주인공을 내세워 '내면의 방패'와 '외면의 방패'를 보여준다. 그리고 여러 가지 방패가 형성되고 무너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외면의 방패는 쉽게 무너지지만 내면의 방패야말로 진정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패가 됨을 보여준다.

 

기지마와 고지마는 친한 친구이지만,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다. 즉 기지마는 어른들에게 반항적이지만, 고지마는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다. 그러나 고지마는 그것이 착한 흉내일 뿐이라고 말한다. 둘은 서로 질투심과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데, 둘 중 누가 좋은 것인지 동네 수상한(?)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러 간다.

 

할아버지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어느 쪽이 머리가 좋은지는 아무도 몰라. 누구가의 상황에 따라 머리가 좋으니 나쁘니 결정하는 것뿐이야. ... 국가나 사회에 이용하기 쉽고 이익이 될 성싶은 아이는 머리가 좋다고 칭찬하지. 그렇지만 국가나 사회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아이는 쓰레기라 불리지. 그렇지만 그런 말에는 아무 의미도 없어."

 

두 주인공은 혼란에 빠지고 자신을 지켜줄 방패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고지마를 지켜주던 방패는 '착한 흉내'였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것이 더이상 통하지 않음을 느낀다. 새로운 방패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할지 몰라 무너진다. 자아방어에 대해 실패하는 것이다.

 

반면 기지마는 복싱을 통해 새로운 방패를 만드는 것에 성공하고 사회친화적으로 성격을 바꿔간다. 그리고 과거에 자신이 삐딱한 태도를 지녔던 것은 그저 두러웠기 때문이라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 기지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함으로써 강력한 방패를 얻게 된다.

 

그러나 그것에 취한 나머지 내면의 방패를 소홀히 한다. 결국 그는 정리해고되어 외면의 방패가 사라지자 자아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이는 오늘날 사회적 상황에 대한 개인 내면의 적절한 분석이기도 하다. 노숙자가 생기는 이유에 대한 개인 내면의 적절한 분석인 것이다.

 

다시 고지마로 돌아가 보자. 고지마는 착한 흉내를 버렸으나 새로운 방패를 찾기 못해 자아가 무너졌다. 착한 흉내는 가치로 따지자면 외부의 방패이지 내면의 방패일 수 없다. 그는 어떻게 내면의 방패를 찾았을까? 그는 막장까지 몰리고 나서야, 공부 잘 하고 사회성 좋은 것 등이 진정한 방패와는 다르다는 깨달음을 얻고, 개 훈련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천천히 내면의 방패를 가꾸어 나간다.

 

우리는 누구나 기지마나 고지마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동화처럼 양식화시킨 캐릭터이지만, 오히려 간명한 두 개의 항이 될 수 있다. 무라카미 류의 <쉴드>는 불안한 시대에 진정한 방패가 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하며 따뜻한 응원을 건네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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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11 과학이슈 11 1
이충환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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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과학계에 어떤 이슈들이 있을지 궁금해서 본 책이다.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구제역, 원전 사고를 비롯해 비소 생명체, 탄소 나노 삼형제, 뇌과학, 로봇 공학 등에 관한 최신 정보를 다룬다.

 

우선 이책은 많은 기사가 되었던 구제역 바이러스와 원전 사고에 대해 과학적으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어 유용했다. 우리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것을 보았지만, 그 바이러스가 어떻게 침투해서 작용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바이러스의 특성부터 구제역 바이러스의 생활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겨울 왜 구제역이 그토록 기승을 부렸는지, 구제역 바이러스가 왜 인간에게는 전염이 되지 않고 소나 돼지처럼 발굽이 2개로 갈라진 가축에게만 전염되는지, 바이러스에 걸린 가축을 치료하지 않고 왜 살처분해야 했는지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 그간 가졌던 많은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특히나 구제역을 치료하지 않고 대량으로 살처분하는 것에 의문을 가졌는데, 그 의문도 풀 수 있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워낙 전염성이 커서 연구를 하다가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 커 연구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구제역이 걸렸다가 나았을 경우 가축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구제역을 치료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살처분하는 것이 쉽지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좀 더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핵발전소 압력용기 내에 노심 용해가 어떻게 일어나고, 수소 폭발이 어떻게 해서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있어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과학계 흥미로운 최신 이슈도 흥미로웠다. 먼저 비소 생명체. 지구에서 비소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기존의 생명체와 달리 비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생명체였다. 일종의 극한 생명체다. 이는 우주생물학에 큰 시사를 준다. 즉 비소 같은 독극물이 많은 외계 행성에도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외계 생명체를 탐사하는 영역을 현재보다 더 넓혀야 한다는 시사를 준다.

 

나아가 이 책은 '그림자 생물권'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그림자 생물권이란, 기존 생명 체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생물권이 지구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생명체를 전혀 기대하기 힘든 환경에 존재하거나 기존 생명체와 전혀 달라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생물권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체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뿐 아니라 존엄성에 대한 기존의 생각도 깨야 한다.

 

뇌과학 분야에서는 뉴로마케팅, 행동경제학을 소개한다. 뇌의 반응을 조사해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 뇌과학의 급속한 발달 덕에 사람의 속내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고,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학과 짝짓기의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이를 통해서 기존 경제학의 전제들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검토하게 된다. 즉 기존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이며 시장을 통해서 조절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행동을 좀 더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즉 시장에서 인간의 행동은 감정에 휘둘린다고 본다.

 

이를테면,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은 훨씬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보유 효과', 손해의 두려움으로 기대 이익을 포기하는 '손실 회피 성향'을 예로 든다. 손실 회피 성향으로 보면, 사람들이 왜 주식에서 손해를 보는지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뇌과학의 성과들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신소재 분야에서는 탄소나노 삼형제를 소개한다. 흑연, 다이아몬드 외에 새로운 형태의 탄소 물질을 발견했는데, 바로 플러렌, 탄소나노튜브, 그래핀이다. 원소는 같지만,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그 속성이 전혀 다르듯이, 이들도 그 성질이 전혀 다르다. 새로 발견된 이들이 관심을 받는 것은 주목할만한 속성 때문이다.

 

이들의 속성은 대단히 흥미롭다. 탄소나노분자는 같은 무게의 어떤 물질보다도 강하고 열과 전기를 잘 통과시킨다. 예를 들어 탄소나노튜브는 강철보다 강하지만 훨씬 가볍다. 그러면서도 탄성이 커서 늘어나거나 휘어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 화학결합이 무척 강하면서도 융통성이 있는 것이다.

 

언뜻 생각해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구현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상업화다. 아직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신소재임이 틀림없다.

 

이 책은 최근 과학 이슈가 담겨 흥미로운 책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이슈가 되는 것들만 모아 놓아서 과학계 전반의 동향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는 점, 그리고 기술 결정주의 시각을 일부 보인다는 점 등이다. 그럼에도 최신 과학의 성과에 대해 쉬운 설명을 하고 있어 최신 과학 분야의 성과와 중요성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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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제학 - 실제 하버드대 경제학과 수업 지상중계
천진 지음, 최지희 옮김 / 에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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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중해서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기자가 하버드대학 경제학 수업을 듣고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강의를 들으면서 이해한 바를 기록한 것으로, 각각 전문가의 이론과 함께 실제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종합하고 있다.

 

저자는 상당히 내공이 있어 단지 강의를 옮기는 것에만 충실하지는 않는다. 전문 지식과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판단력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저자는 세계적인 학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잘 전달하지만, 결코 그것을 일방적으로 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경제학자의 이론과 비교 분석한 다음 문제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이 책이 다루는 강의는 다채롭다. 경제학 입문서로 유명한 맨큐부터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하며 실전 경험까지 쌓은 서머스 교수, 프리챗 교수, 보수주의자 펠드스타인 등 최고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단지 최고의 학자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운 것만은 아니다. 이론만이 아니라 오늘날 경제, 금융계의 핫이슈에 대해 주장하는 바를 들을 수 있어 박진감 넘친다. 때로는 교수 사이의 토론까지 벌어져 더욱 긴장된다. 특히 서머스 교수와 프리챗 교수의 논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토론은 언제든 즉석에서 이루어진다.

 

하버드대학 강의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으며 우리와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처럼 단순히 요약 정리해서 전달해 주는 방식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전하기도 하고, 문제의 복잡함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정말 지성의 전당이란 확실히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엉청난 독서량에도 놀랐다. 한 과목당 참고 서적이 8페이지에 달한다. 그런데 경제학 참고 도서는 문학이나 역사학 전공자에 비해 훨씬 적다고 한다.

 

이 책은 미국의 경제 정책을 다룬다. 그러나 미국 제도가 항상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에 남의 나라 얘기처럼 읽을 수는 없었다. 이들의 논쟁을 더욱 집중해서 들을 수밖에 없던 이유다. 대표적인 예로, 펠드스타인 교수의 부자 감세 주장을 들 수 있다. 그는 줄기차게 부자들의 세금을 줄이라고 외친다. 그래야 경제가 산다고. 딴나라당과 2mb가 주장하는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부자들은 이미 돈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서민에게 10만원과 부자에게 10만원은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서민은 10만원을 위해서라면 아득바득 싸울 수밖에 없지만, 부자들은 그 정도에 목숨을 걸 것까지는 없다. 결국 부자들에게 세금을 조금 더 부과하든 덜 부과하든, 그것으로 경제가 살아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보수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책은 결코 아니다. 보수적인 주장과 진보적인 주장을 균형 있게 다룬다.)

 

이 책의 또다른 재미는 미국 경제의 내막에 대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버드대학 교수들은 최고의 이론가이자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서머스 교수가 1994년 멕시코 금융 위기가 터졌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 내막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의 주택시장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분석도 들을 수 있다.


경제학의 최신 이슈들에 대해 최고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들어볼 수 있어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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