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 - Ich hab' noch einen Koffer in Berlin, 내 수트케이스는 여전히 베를린에 있다
예주연 지음 / 스토리나무 / 2009년 8월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이라는 눈길이 가는 제목이 참 좋았는데,이 제목에는 짧은 이야기가 얽혀있었다. 마를렌 디트리히라는 독일의 배우 겸 가수가 독일을 그리며 부른 노래가 [Ich hab' noch einen Koffer in Berlin]인데, 베를린에 두고 온 마음을 수트케이스에 빗댄 것으로 이 후 이 노래 제목은 베를린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즐겨쓰는 관용구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독일,베를린에 대한 여행에세이라는 점은 더 좋았다. 그 동안 여행에세이를 많이 읽어 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여러 지역의, 여러 느낌의 책들을 읽어보지는 못한 것 같다. 도쿄, 파리, 런던, 홍콩정도..내 관심이 가는 지역의 것들만 주로 읽다보니 조금은 한정적이었던 책 속 여행이 이제 드디어 생소한 그곳, 베를린에 닿았다.  

저자는1년정도 유학을 하며 머무른 베를린을 구석구석 소개해 주고 있다. 크게 베를린의 도심, 트랜디 지역+외곽, 테마가 있는 베를린 세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그 안에 20가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가볼만한 곳을 소개해 주면서도 그 지역에 대한 소개, 관계되어 있는 이야기 라든가 저자의 이야기도 함께 전해 주고 있어서 여러가기 정보를 습득하며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처음에 너무나 생소한 도시와 읽기도 힘든 독일어로 된 지명들이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책을 읽어나갈 수록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 베를린이라는 도시만이 뿜어내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20가지의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윤이상 작곡가의 이야기. 나에게는 생소하기만 했던 윤이상 작곡가는 동베를린 사건(1967년 당시 서베를린에 유학 중이던 학자, 예술인들이 국가보안법 반공법으로 대거 검거된 사건)에 연루되었다가 69년 석방되지만, 그때의 상처로 인해 71년 독일로 귀화해 한국에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은 항상 조국에 있었던 그가 머물렀던 베를린의 옛집은 지금 윤이상 하우스로 박물관화 하고 있는 공사가 한창이라고 한다. 베를린이라는 이국에 우리나라를 그리워 하며 살았던 작곡가의 숨결이 남아있는 곳이 있다니, 언젠가 베를린에 가게 된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 

이렇게 한 창 베를린을 알아가고 느끼고 있을 때쯤, 우연히 신문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특별 기사를 보게 되었다. 1989년 11월 9일 동독과 서독을 가르던 거대한 장벽이 무너졌고, 올해가 2009년으로 딱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왠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읽어보았는데 책에서도 베를린 장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외에 몰랐던 여러가지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왠지 올해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을 만난 것이 더 특별해 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20주년이 되는 해에 베를린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고 있다니..정말이지 반가운 만남.

글로 만났던 베를린으로의 여행.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던 알차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

New York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
신유경 지음 / 사람in / 2009년 12월

뉴욕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불빛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반짝이는 야경이 멋진  타임스퀘어의 풍경이다. 노란색 옐로우캡이 바쁘게 오가고, 추운 날씨에 옷깃을 여미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가득해서 언제나 북적이는 그곳. 보고 싶었던 뮤지컬 간판들과 우리나라 기업의 광고라도 발견하게 되면 괜스레 반가운 그곳.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본 뉴욕의 모습 때문에 이런 겨울밤의 타임스퀘어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볼때마다 멋진 뉴욕은 항상 바쁘고 활기차 보인다.
 
이런 뉴욕 타임스퀘어 한 가운데 내가 서 있다면 정말로 즐겁 겠지만, 마음속으로 어디를 가든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조그마한 걱정이라도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나온 것 같은 책이 바로 <NEW YORK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다. 크게GO,EAT,MOVE,SHOP,WOW,FUN,SECERT 7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챕터마다 가볼만한 장소에 대한 설명과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것은 여느 여행에세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다른점은 그런 이야기들에 이어서 그 장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말들을 영어대화로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택시타기, 음식점에서 예약하고 주문하기, 샵에서 교환이나 환불받기 등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대화들을 만날 수 있고 뉴욕을 여행할 때의 여러가지 팁들도 함께 전해주고 있다.
 
또 독특한 점은 꼭 뉴욕에 다녀온 친구가 뉴욕의 이곳 저곳을 가보라고 설명해 주듯이, ~했어,~좋아등의 친근한 구어체로 쓰여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 중간중간에 영어단어들이 함께 섞여 있는데 상호명이거나 비교적 쉬운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고 뜻도 옆에 다 나와있기 때문에 읽는데 불편함은 없다. 굳이 영어로 바꾸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단어들도 간혹 있긴 했지만 몰랐던 영어단어들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다. 여러 모로 실용적인 책이였다.
 
대화들을 보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이고, 나도 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막상 외국인 앞에 서 말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게 되고 당황하게 되면 쉬운 단어들도 잘 들리지 않게 될 때가 있다. 이런 상황을 미리 대비해서 계속해서 책으로 영어대화를 연습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상황에 이런 질문이 먼저 나오겠구나 라고 알고 있으면 조금 더 영어로 말하는게 쉬워질 테니까..뉴욕에 가게 된다면 꼭 이 책을 가져가서 여러 가지 상황들에 맞게 멋지게 영어를 써보고 싶다. 그리고 더 멋지게 ,더 즐겁게 뉴욕을 즐겨보고 싶다.^^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문법~

It's Not Grammar! 이츠낫 그래머 - 말하고 쓰려면 문법부터 다시 하라
정재영 지음, Time E-Lab 기획 / 타임북스 / 2009년 10월

영어라는 과목.중학교3년은 시험을 잘보기 위해, 고등학교3년은 수능을 위해 공부했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교때는 취업을 위해서, 유창한 영어회화실력이 부러워서 열심히 공부하려고 노력했고..이렇게 생각보다 많이 영어를 배우고 접했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나에겐 영어는 완전히 마스터하기 힘든 난제인 것 같다. 언제쯤 정복할 수 있을까 싶은 머나먼 목표처럼..더군다나 문법이라는 부분은 정말 지겨운 데다, 무슨 규칙이나 예외가 그리 많은건지 공부하기도 쉽지 않다. 오죽 했으면 모의고사나 수능에서도 마주치는 문법 문제들을 전부 제껴버리고 찍기 일쑤였으니...

하지만 말하고 쓰기를 잘 하려면 그 근본뼈대라 할 수 있는 문법을 그때처럼 이제 지나칠 수도 없는 법~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문법 공부라는 것에 도전해보기로 다짐 했다. 표지부터 딱딱하지 않고 아기자기해서 좋았던 <it's not grammer>. 간략하게 문법사항을 설명해 주는 코너에서는 무엇을 배울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어지는 코너에서는 앞에서 나온 문법의 자세한 해설과 추가예문등이 잘 나와있고, 말하기 쓰기 연습코너에서는 앞에서 배운 문법사항들을 간단하게 점검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꼭 외워야 하는 것들은 focus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귀여운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일단 설명이 그리 어렵지 않고 예문과 함께 보여주니 이해하기가 쉬웠던 것 같다. 무작정 이렇게 쓴다고 외웠던 것들도 이래서 이러하다는 설명이 잘 나와있으서 '아 그렇구나'하고 쉽게 더 이해하기도 했고, 배웠던 표현들을 문장들을 만들 때에 쓰기에도 더 좋은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그렇게 지루하지 않게 설명들을 읽고 공부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책 구성이 나에게는 잘 맞는 듯 하다.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문법책을 찾았으니 이제부터 더 열심히 영어를 공부 할 생각이다. 물론 아무리 좋은 책이 있어도 계속 공부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다 소용없겠지만 하나라도 내 머리속에 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간 미드를 자막없이, 원서책을 막힘 없이 읽고, 두려움 없이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을때까지 열심히~ 열심히~^^

오해피데이

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오쿠다 히데오. 정말 유명한 작가고 많은 작품들이 나와있지만 내가 그의 작품을 읽은 것은 고작 한편, <한밤중의 행진>이 전부다. 하지만 그 책이 재미있었다는 어렴 풋한 기억으로 다시 오쿠다 히데오와 만나고 싶어졌다. 바로 이 <오해피데이>를 통해서..처음엔 저 재미난 표지속의 아이가 인상적이어서 눈길이 갔었는데, 저자가 오쿠다 히데오 라는 데서 더 관심이 커져 '이 책을 꼭 읽어보자'고 확신을 굳혔던 것 같다. 

오해피데이는 총 6편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넷 옥션에 재미가 들려서 이것저것 뭐를 팔까 생각하는 주부의 이야기 'sunny day', 아내가 집을 나가고 자신의 취향대로 집을 꾸미는 남편의 이야기 '우리집에 놀러오렴', 부업을 하는 자신의 집에 들르는 젊은 알바생에게 마음을 품은 주부의 이야기 '그레이프 프루트 괴물' ,실직을 하고 집에서 가정주부의 역할을 대신하는 남편의 이야기 <여기가 청산>, 남편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불안해 하면서도 자신의 일은 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느끼는 부인의 이야기 '남편과 커튼',로하스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아내를 보는 소설가 남편의 이야기인 <아내와 현미밥>. 여러 소재들의 이야기가 책 속에 빼곡히 들어있다.

주로 부부들의 이야기가 중점이 되어 있고, 그런 가족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참 일상적일 수 있는 소재를 재미있게 엮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위에서 직접 보진 못했어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법한 이웃들의 이야기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낸 것 같았다. 그리고 아내가 집을 나가고 혼자사는 남편이나, 실직하고 집에서 살림하는 남편의 이야기는 자칫 안됐다고 여겨지기 쉬운데, 오히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더 즐기고 있는 것 같았고, 그들을 보고 있는 내가 다 흡족해질 정도였으니...
  

그리고 여러 짧은 이야기들을 옮긴 옴니버스 소설이니, 떨어져 있는 단편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6편속 등장 인물들을 유기적으로 엮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가령 옥션을 하는 노리코의 물건을 집을 꾸미는 마사하루가 샀다던가, 살림하는 유스케가 공원에서 우연히 소설가 하루오를 만난다던가 하는 식의 유기적인 관계들로 말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참 좋아하는 구성 방식이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에서 앞서 만났던 주인공들을 만나면 그것은 그 대로의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책 속 주인공들 모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피데이를 만들어가고 그렇게 행복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한다. 글 마지막에 그들을 다 너무 행복해 보였으니 말이다. 우리는 지금 그들처럼 해피데이를 만들어 가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던, 조금은 여운이 느껴졌던 <오 해피데이>

조혜련의 미래일기

조혜련의 미래일기 - 쓰는 순간 인생이 바뀌는
조혜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개그우먼 조혜련. 그녀는 몇년 전 일본에 진출했고, 지금도 한국과 일본을 왔다 갔다 하며 열심히 개그우먼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일본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과 미국진출을 모색하며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무모한 계획들이라고만 생각 했었는데 그녀는 꾸준히 자신의 일들을 해내고 있다.정말 그녀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계속해서 무언가에 도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요즘 들어 참 닮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인 조혜련. 그녀가 일본어 책들에 이어서 이제 자기계발서 까지 써냈다. 사실 자기계발서들을 그리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그녀가 말하는 쓰는 순간 인생이 바뀐다는 미래일기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녀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다는 원동력 중 하나가 이 미래일기라면 나도 꼭 배워보자고 생각했다. 책은 미래일기 한편, 자신의 현재 이야기 한편, 좋은 문구나 이야기들을 말해주는 happy diary 로 구성되어 있었다. 딱딱한 자기계발서 보다 인생의 선배가 경험에서 우러러 나오는 경험담을 말해주는 에세이 같은 느낌이 많이 나는 책이었다. 

미래일기란 사실 별로 특별한 것이 아니다. 과거의 일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일을, 마치 일어난 것처럼 그때의 상황, 감정등을 세세하게 일기로 쓰는 것이다. 사실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쓴다는게 조금은 어색하고 어려울 것 같았는데, 그녀의 미래일기를 읽다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았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았고 진짜 일어난 일이라고 착각하기도 했고 오프라 윈프리 쇼 출연, 안젤리나 졸리와 다이어트 이야기 등 내가 생각해도 실제로 가능할까싶은 이야기들도 그녀는 일기에 담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말했 듯 상상에는 한계가 없고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미리 나부터 나의 한계를 인정하게 되는 거니까..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긍정적인 에네지가 나의 삶을 더 풍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도 이제부터 조금은 이루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꿈을 미래일기로 한번 써볼까 생각한다. 내 스스로 내 틀에 나를 가두는것이 아니라, 부정적으로 '안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나를 믿고 '된다'는 긍정적인 사고로 용기를 내고 노력해 보려고 한다. 언젠가 이 미래일기 한페이지가 진짜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도록....미래일기를 쓰는데 그치지 않고, 언젠가 내가 그 일기를 보고 미소지을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제 미래일기 속 멋진 목표들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더욱 더 힘차게 앞으로 달려나갈 일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