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있는 그대로 참 좋다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겨울 에디션)
조유미 지음, 화가율 그림 / 허밍버드 / 2017년 9월

솔직히 난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아주 높은 사람이 아니라 제목을 보고 멈칫 했다. 그게 참 중요하다는 걸 아는데도 여전히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란 쉬운일이 아니고 잘 되지도 않는다. 내가 가진 좋은 점보다 나쁜점들을 수십개는 들 수 있을거 같아서. 남들에겐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나만 알고 있는 삐죽삐죽한 못난 구석들이 또 너무 눈에 띄어서. 제목 그대로를 나에게 고스란히 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자아, 미움, 사랑, 실패, 행복, 이별, 두려움등 하루 하루를 지내며 느끼는 보통의 감정과 날들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들이었다. 슬퍼하는 것에도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누군가를 미워하는게 더 자신을 상처주는 거라고, 당신의 열심이 좋은 결과를 불러올거라고, 어제보다 오늘을 더 잘 보냈다면 충분히 잘 하고 있는거라고 조곤조곤 일러준다. 급히 가라고 채찍질 하지 않고, 섣부른 조언보다는 권유를, 지금도 괜찮다는 힘을 주고 마음을 다독이는 문장들에 온기를 느끼고, 더불어 안에 들어간 삽화들마저도 파스텔톤의 굉장히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진 그림들이라 좋았다.

한 장 한 장 읽어내려 가면서 이상하게도 뭔가 차분해 지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계속 안으로, 또 고요히, 깊숙히 침잠해내려가는 그런 느낌. 그건 나도 겪었기에 아는 공감에서 오는 가라앉음, 조용한 위로에서 오는 가라앉음, 자꾸 자꾸 이리저리 뻗어나가게 되는 생각에서 오는 가라앉음이기도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는 어땠나를 찬찬히 반면해 보게 되서 그 누구도 아닌 '나' 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에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 그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이 책 한권으로 '그래! 날 있는 그대로 좋아하게 됐어' 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순 없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많이 움텄다. 책에도 쓰여있듯이 점점 발전해 나가는 나를 더 좋아하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그러니 이 마음주문을 되뇌이고 되뇌어 본다. 되뇌이면 또 그렇게 될 수 있을 거 같아서,<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