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윤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작가의 독특한 이력에 확 끌렸다. 열네살에 혼자 떠난 유럽여행, 우연히 만난 도예가의 초청으로 열일곱살에 이탈리아 유학, 가난한 유학시절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린 만화로 만화가 데뷔. 게다가 기회만 된다면, 할 수만 있다면 세계 곳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마음 한 구석에 늘 가지고 있어서 결혼 후 시리아, 포르투칼, 시카고 등을 거쳐 지금은 이탈리아에 살고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더 더욱.




어린시절 늘 바쁜 엄마 때문에 외로워도 했고, 유학시절 사랑에도 빠졌고, 가난에 허덕이고 마음대로 되지 않은 일들에 죽을만큼 힘들어도 보고, 문학살롱에서 대화의 재미를 맛보고 직접 실천하며 배우기도 하고, 여러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살기도 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정착자인 나는 자유로운 방랑자 같았던 그녀의 색다른 경험이 쌓여있는 이야기들이 확실히 뭔가 신선하기도 했고 색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살아온 궤적과는 다른, 나였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것 같은 행동들을 하며 인생의 길위를 걸어온 그녀의 이야기. 확실히 나보다 더 많은 세월들을 살아온 이의 다른 시각들과 생각들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하다고 느껴서 인지 몰라도 책을 읽으면서 '행동하라, 적극적으로 움직여라' 하는 메세지를 많이 받았다. 한번 뿐인 인생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소중한 경험치들을 쌓기 위해서라도 밖으로 나가서 부딪히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거기서 스스로 배우기를 두려워 하지 말라는 것. 그렇게 제대로 보고, 듣고, 경험하며 더 재미있고 열정적으로 인생을 살아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에세이다 보니 가족 이야기나 사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나오는 편인데, 작가도 작가지만 뭔가 쿨하면서도 멋진 작가의 어머니에 완전히 매료됐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했던 날도, 자퇴를 하고 이탈리아로 그림 공부를 하러 가고 싶다고 했던 날도, '아 그래?그럼 그렇게 하렴'하고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고 했다. 혼자서 훌쩍 일본 종단여행을 하기도 하고 여든 한살인 지금도 바이올린 교사를 하고 있다는 열정넘치는 모습들까지. 그리고 그런 기질들이 작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았다.


책 속에서 작가가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만화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 편이라, 그녀의 작품도 만나보고 싶어졌다. 분명히 그녀의 인생만큼 뭔가 범상치 않을 것 같은 작품들.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영화로도 나와 있는 걸로 알고 있는 <테르마이 로마이>는 영화로라도 꼭 보고 싶다. 이렇게 다양하고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그녀의 인생과 마주하고 나니 그냥 이렇게 다짐하고 싶어진다. "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