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아주 오래 전 <보노보노> 만화를 얼핏 본적이 있다. 기억에 남는거라곤, 당황할 때 마다 보노보노위에 그려지던 하얀 땀방울(?)과 손에 쥔 조개껍데기, '너부리야'하고 부르던 목소리. 아마 이 기억조차도 정확한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냥 왠지 모를 아는 캐릭터라는 반가움에 덥썩 호기심이 일었다.

보노보노 만화책 속에서 나오는 장면들과 대사들로 또 저자의 경험담과 생각들이 어우러져 이어지는 이야기들. 진정한 위로는 내가 받고 싶어하는 위로라는 것, 소심한 사람은 소심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 수 있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고, 미움받고 사랑받는 일에 너무 예민해질 필요가 없다고, 꿈 같은 거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가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건 아니라고, 못하는 걸 계속 노력하느니 다른 걸 하는 게 맞다는 걸 조용하고 담담하게 들려준다.

나는 내가 살아 온 시간에 비해 여러 일들에 대한 경험치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읽으면서 '나는 모르는게 많아서 배울게 참 많구나','여전히 서툴고 부족하구나','아직도 나이만 먹은 어른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맞아,맞아'하며 공감하고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하며 안도했다.그리고 많이 배웠다.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걸 조금은 다르게 볼 수 있기도했고, 그렇게 인지하고 인정해야 그 다음의 성장도 있을테지 하고 스스로를 다독여보기도 했다.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특별한 것이 아닌 사랑, 관계, 우정, 꿈, 가족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 고민하는 일들,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이게 맞아요'가 아니라 '이래도 괜찮아요' 라는,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깨달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가끔 어떤 에세이들에선 멋진 삶의 주인공이 너무 대단해 보여, 내가 너무 작게만 보일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선 저자가 자신도 이런 일로 고민하고 있음을, 그렇게 이상적으로 행동하기가 쉽지 않음을 가감없이 털어 놓는다. 뭔가 꾸미지 않은 듯 한 진솔함이 많이 묻어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이 책을 읽을 때 굉장히 편안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만화에도 철학이 있고, 인생이 있고,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 그래서 여전히 만화가 좋고 재미도 있다. 그 생각을 한 번 더 확신하게 해준 보노보노와 친구들. 그들의 말들이 가끔은 마음을 팍 찌르기도 하고, 여러 번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하고, 여운을 느끼게도 해주더라. 이렇게 각기 다른 귀여운 친구들이 뜻하지 않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배움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준다면 그것도 참 좋겠다. 만화로든 만화책으로도든 한번 제대로 이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러고 나면 보노보노와 친구들을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그런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