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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지음 / 홍익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히 스치듯 본 그림 한점. 그때는 아주 잠깐 본데다 누가 그린 건지도 몰랐지만 그냥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같은 그림이 참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야 이 그림이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75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미국의 국민화가로 활동했다는 독특한 사연까지 더해지니 과연 이 멋진 화가의 이야기와 그림들이 궁금해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모두 1,600점의 그림을 남겼다는, 그 중 100세가 넘어서 그린 그림이 250점이나 된다니 그림에 대한 애정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10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행복한 유년시절과 가사도우미로 일하기도 했던 청소년기를 지나, 27세에 함께 농장에서 일하던 남편과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던 그녀. 자수를 놓은 취미가 있었지만 70대에 관절염이 심해져 그만두고 다른 취미를 찾은것이 바로 그림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미술품을 거래하는 수집가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그녀의 작품에 사람들은 위안을 받았고, 100번째 생일이 '모지스 할머니의 날'이 되는 등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화가가 되었다. 드라마틱 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 인생. 과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생각을 하기나 했을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리라고. 75세에 무언가를 시작하고 성과를 내기란 쉬운일이 아닌데, 어린시절의 꿈을 찾아 그림을 시작했다는 이 열정적인 화가의 모습에서 도전의 위대함을, 삶을 즐기는 긍정의 태도를 배웠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아주 평범한 마을의 풍경들, 양초나 비누를 만들거나, 양을 목욕시키고, 퀼팅모임을 하는등 일상의 풍경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그 속에는 늘 생동감 넘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림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고, 사람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들릴 것 같고, 일상의 기분좋은 소란스러움이 가득담겨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들을 진짜 꼼꼼히 뜯어보게 만든다.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제각각 하는 행동들도 다르고 풍경들도 볼거리가 많아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람을 압도할 만한 웅장함이나 화려함은 없지만, 행복함과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래서 '힐링'이라는 단어에 꼭 어울린다.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행복을 그리다>는 아트메신저인 저자가 모지스 할머니의 삶과 그림들을 소개하면서 더불어 자신의 추억이나 생각들을 함께 엮어낸 에세이와도 같은 책이다.책이 짧은 편이기도 하지만, 더 모지스 할머니의 생각과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그녀가 직접 썼다는 책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 속에 실려있던 할머니의 말들이 마음에 콕콕 박힐만큼 참 좋았는데, 그녀가 직접 쓴 책에서라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말들과 지혜들도 더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더욱 더 기대가 된다. 아마 종종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들을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뭔가 위로가 필요한 날, 시끄러운 세상속에서 고요한 풍경이 그리워 지는 날, 누군가에게 좋은 그림이 있다고 알려주고 싶은 날등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