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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평점 :
<헤세로 가는 길> 위에 서 아주 즐거운 여행자가 되었던 나, 이번에는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과 함께 인문학으로
가는 길위를 타박타박 걸어보고 싶어졌다. 작가님은 자신을 지켜주고 있는 건 평생 답이 없는 인문학이라는 화두를 짊어지고 세상 모든 것과 목마른
대화를 꿈꾸는 '공부하는 나 '자신이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존엄을 지켜 주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해 온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책속에는 그런 결과물을 공유함에 함께 누구나 자신의 '공부할 권리'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쏙쏙 깃들어 있었다.
<일리아드>, <이성과 감성>, <윌든>, <리어왕> 등 다양한 분야의 책과 그 속의 인물들과
이야기들을 통해 가끔은 영화들을 통해서, 여러가지 화두들을 던진다.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고독의 시간들, 지극한 사랑의 다른 이름의
용기, 고통을 통해서 하는 성장, 무자비한 분노가 아닌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좋은 방향으로서의 분노, 열린개념으로서의 정의등 다양한 분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뭔가 한편의 서사를 읽는 것 처럼 정식분석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인문학적으로의 이 접근이 별로 어렵지 않게
느껴졌고, 그 속에서 내가 알고 있는 아주 보편적이고 좁은 개념들을 더 넓은 시야로 마주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런 시야의 확장들은 정말
언제나 대 환영이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세월호 사건이나 위안부 문제등도 다루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느끼고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들을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전작에서 다루었던 나르치스와 골드문드를 다시 만나 반가웠고, 다른 각도에서 본 '신데렐라'이야기는 신데렐라의 새로운 면모를
알려줘서 아주 신선했다. 여기서 역시나 읽어 보고 싶은 책이 쌓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언제나 책 속 인물들의 행동과 말들을 통찰력있게 읽어내는
작가님의 시선이 난 참 부러웠다. 아직도 나의 독서와 배움은 부족하기 그지없고, 이런 통찰력들은 역시나 '공부하는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겠지
생각하니, 역시 이래서 사람은 평생 배우고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결국 공부할 권리를 가지는 것은 스스로 나다움을 지켜내는, 더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게 해 주는, 내면을 더욱 더 단단하게 쌓아올려줄 수
있는 누군가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아주 '능동적인 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내로 아주 오랜시간을 공들여야 하고 그 권리를 지켜내고 갈고
닦는 것 또한 나의 몫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 길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나도 나만의 '공부할 권리'를 지켜내며, 조금 더 통찰력 있게, 더
사려깊게 사람과 세상을 대하고 사랑하며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한 한 사람, 줏대없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정신적으로도 독립적인 한
인격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