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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한때 참 많이도 온다리쿠의 책 들을 읽었었다. 현실과 꿈의 세계 중간에 있는듯한 머라 말할 수 없는 붕뜬 느낌과 심리나 환경의 묘사에서
오는 독특한 분위기나 소재들이 참 좋아서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책속에서 유난히 똑 부러진 어른 같은, 조금은 차가움을 풍기기도 하는 소년
소녀를 자주 만났던 것 같다. 오랜만에 집어든 소설 네버랜드에서, 나는 또 그런 느낌이 배어있는 여러 소년들을 만나게 되었다.
겨울방학을 맞아 모두 집으로 돌아간 텅빈 기숙사에 오로지 요시쿠니, 간지, 미쓰히로, 오사무 4명만이 남게 된다. 공부를 하기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 등 뭔가 합숙 훈련 같기도 한 일상들. 그리고 그 속에서 우연히 그들만의 진실게임이 시작된다. 조금씩 밝혀지는
고민과 비밀들, 슬픔을 삼키기라고 하려는 듯 아니면 별 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고 담대하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조금은 가벼운 것들부터 때론 그들이
뱉어내는 너무나 감당하기 어려운 고백들에 괜히 마음이 무거워 지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 괜찮다고 잘 견뎌왔다고 격려를 한 껏 보내주고 싶은 듯한
마음도 들었다.
누군가는 심연의 고백으로 나름 홀가분해 졌을 것이고, 누군가는 괜히 말을 꺼냈다 싶기도 했을 테지만 결국 함께 그 고백들을 공유하게 된
이들은 눈앞의 친구를 조금 더 이해하고 알게 되었다. 내가 가장 드러내기 싫었던 부분들을 드러냄으로서 더 친밀해 지기도 하고 더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는 것처럼. 분명한 건 어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직은 조금 부족한,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소년이라고도 치부할 수도 없는 그런 어중간한
투데리를 맴돌고 있었던 그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습을 한꺼풀 벗어버리고 어떤 형태로든 분명 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열린공간이기도 하지만 또한 어느정도 폐쇄된, 소란스러움과 공허함과 고독감이 교차하는 공간인 기숙사, 그런 공간 자체가 네버랜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같은 연령대의 아이들이 드나들고, 어느정도 성장했다 싶으면 나가야만 하고, 그곳을 지나쳐 나이를 먹었다 해도 다시
돌아오면 여전히 청춘의 추억들을 아스라히 간직한 소년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는 그런 곳. 이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풍경이 그려진다. 하얀눈이
소복소복이 내리는 고즈넉한 낡은 기숙사에 네 명의 소년이 복작거리며 보내는 나날들이.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성장을 거듭하려 꿈틀거리는 청춘들의
아름다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