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 울랄라의 나날
우다 도모코 지음, 김민정 옮김 / 효형출판 / 2015년 12월

헌책방에 관련된 드라마 한편을 재미있게 보고 나서, 유난히 헌책방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그 이전에도 헌책방의 고즈넉함이나 세월이 켜켜이 묻은듯한 책들이 내뿜는 뭔가 이루말 할 수 없는 그런 느낌들을 좋아했지만, 이후로 관심도 호감도 더 커지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손때가 묻은 책들이 가득한 여러나라의 헌책방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그런 고조된 관심 속에서  '오키나와', '헌책방' 두가지 단어만 보고도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 게다가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 울랄라의 나날이라는 부제도 참 마음에 들었다.

준쿠도 서점 직원으로 일하고 있던 우다씨는 새로 생기는 오키나와 점의 인문서 선정을 맡게 되는데, 아예 오키나와로 전근을 가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2년만이라는 기한을 얻어 가게 된 오키나와. 독특한 문화를 가진 오키나와 책을 파는 일은 재미있기도 힘들기도 했지만, 점점 일이 벅차다고 여겨지며 '이 일은 여기까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운명처럼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는 헌책방 도쿠후쿠도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렇게 그녀만의 '울랄라 서점'을 열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오키나와 준쿠도 서점에서의 일, 가게 준비를 하는 일, 울랄라 서점의 주인이 되어서 보내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거창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속엔 오키나와 책 이야기가 있고, 즐겁게 책을 사가는 손님들이, 같은 거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와 사람들이 있고, 전구가 나간 그녀의 책방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가게 전구를 하나 내어주는 식의 따뜻한 정들이 녹아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보이던 그녀의 책사랑과 특별하지 않아서 그냥 또 좋았던 정감가는 오키나와의 나날들. 게다가 중국의 헌책방 행사에 초대되어 간 이야기도 참 좋았다.

그리고 그녀가 빠졌을 만큼 오키나와의 출판사와 책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오키나와 지역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오키나와 현산책이 있고, 거래 방식도 다르고, 거의 현 내에서만 유통되기도 하고, 오키나와 사람들의 오키나와 사랑은 대단해서 오키나와에 관련된 온갖 책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거의 다 수도권 지역에 출판사들이 모여있는 걸로 아는데, 이렇게 지역색을 살린 책들을 출간하는 지역 출판사들이 각 지방 마다 있으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 울랄라 서점의 이야기들을 만났더니, 오키나와를 여행하게 된다면 꼭 한번 시장통 한 가운데 자리한,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 울랄라에 직접 가보고 싶어졌다. 책꽃이와 책으로 가득차 있는 그 공간에서 제대로 읽지 못해도 일본어로 된 책 한권을 사오고 싶고, 책방 주인 우다씨에게 책을 잘 읽었다며 한마디라도 건네보고 싶은 마음. 그때는 '이 책도 꼭 가지고 가야지'하는 기분좋은 다짐도 해본다. 부디 언제까지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를, 오키나와의 햇살과 바닷 바람을 듬뿍 받으며 책과 함께 있어 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