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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코끼리
황경신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11월
평점 :
표지의 그림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목부터 왠지 모르게 귀여운 느낌이 있는 <한입코끼리>. 여기에는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한입에
코끼리를 삼킨, 그림을 보고 어른들이 모자로 착각했던 그 유명한 보아뱀이 등장한다. 우연히 8살짜리 소녀가 외가집 창고에서
<어린왕자>책을 펼쳤다가보아뱀을 만나게 되고, 소녀는 보아뱀이 코끼리를 다 소화시킬 때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반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마주하게 된다.
세상이 온통 궁금증으로 차 있던 소녀는, 그 또래의 아이들 답게 잘 알려진 <빨간모자와 늑대>,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 이야기 부터 잘 알지 못하는 동화책들까지 열심히 읽은 후 보아뱀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애초에 마녀가 문도 없고 계단도 없는 탑에 라푼젤을 가둔건지, 고양이는 왜 장화가 필요했는지등 어떤 한 장면에 대한 궁금증, 인물의
행동에 대한 궁금증등에 대해서 묻고 답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구나 싶기도 하고 어릴 때 동화책을 읽으면서 한번도
품어보지 못한 궁금증과 이야기들이 참 신선했고, 그 속에 간간히 들어있는 소녀가 겪는 현실세계의 일상 이야기들도 재미있었다. 더불어 내가
읽어보지 못한 동화들에도 흥미가 생겼고~
질문에는 아이다운 순수한 궁금증이 줄을 이었고 보아뱀의 대답에는 오래 살아온 이의 삶에 대한 철학들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가끔은 이런
걸 벌써 알려줘도 되나 하는 커다란 어른만의 의문이 살짝 담겨 있기도 했고...그리고 그 이야기들로 인해 소녀는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갔다.
그런 둘의 대화에 나도 쑥 빠져들었고, 가끔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가는가 싶다가도 너무나 공감가는 말을 건네는 보아뱀의 한마디 한마디에
눈길이 멈추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기억에 두고 싶은 문장들도 한가득 쌓였다. 이렇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보아뱀이라면 나도 당장 만나고
싶어질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방안에서 때로는 바깥에서 책 읽는 꼬마와 대화하는 보아뱀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그 모습이 참 따스하게 느껴져서 참
좋았다. 언뜻 보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가까워 지는 둘의 모습에, 서로를 위하는 진한 우정과
애정마저도 느껴져서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더 마지막 이야기가 참 아쉽고 아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더해서 추상적인
느낌이 돋보이는 따뜻한 색감들로 마감된 그림을 보는 재미는 쏠쏠했고. 꽤 만족 스러운 책읽기라서, 처음 만나게 된 황경신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열심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