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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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공정들을 거쳐 우리에게 오는 수 많은 물건들의 탄생지는 바로 공장!! 각기 다른 공장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지금도 아마 쉼없이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공장하면 활발한 생산성에 동반되는 시끄러운 소음과 컨베이어 벨트, 그리고 그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먼저 떠오른다. 밝은 느낌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무겁고 어두운 느낌이 더 많이 든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를 상쇄시켜 주기라고 하듯,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라고 붙은 부제가 좋았다. 더 가볍게 더 즐겁게 산책하듯이 공장의 여러면면들을 들여다 볼 수 있을것만 같아서 말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재료를 만드는 제지공장부터, 달콤한 냄새가 매일 풍길 것만 같은 초콜릿 공장, 우리가 매일 물건을 넣고 다니는 가방을 만드는 가방공장, 왠지 알콜에 취하게 될 것만 같은 맥주공장등 수 많은 공장들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물건에 관련된 역사나, 물건이 만들어 지는 과정들, 관계자와의 인터뷰들도 수록되어 있어서 몰랐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도 많았다. 지구본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순간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로, 그 나라의 위치를 알기위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화장품 공장에서 가장 청정지역인 곳은, 바로 마스카라를 생산하는 곳. 눈에 직접 닿을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기준도 엄격하고 만드는 사람도 거의 우주여행복 같은 옷을 입고 작업을 한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사실들이다.

 

이런 여러 공장들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국내에 하나뿐이라는 엘피공장이었다. 2011년 공장 설립후 4500장의 엘피를 생산했고 그로 인해 벌어들인 돈은 턱 없이 적지만, 여전히 한걸음씩 나아가는 뚝심있는 사장님의 이야기와 엘피 생산이야기에 호기심이 마구 일었다. 이제는 아무도 엘피의 기술력을 발전시키려 하지 않고 엘피를 찍으려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지만, 사장님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엘피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하셨다. 엘피의 향수를 기억하고 그때를 그리워 하는 세대는 아니지만, 왠지 엘피의 부흥을 바라게 되기도 했고 언제 한번 엘피가 주는 색다름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건과 관련된 추억이나 경험담과 더불어 생각들도 풀어내고, 가끔은 농담도 섞어가며 재미있는 어투를 쓰기도 해서 읽으면서 작게 실소를 터트리게 되기도 하고 지루하지 않게 공장산책기를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에 실려있는 작가님이 직접 그리신 색감이 예쁜 일러스트들을 보는 재미도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간간히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작은 토크나 사물의 뒷면이라는 부분들은 이야기 중간에 작은 쉼표를 찍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생소한 공장의 이면을 보게 되고, 중심이 되는 물건이 있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속에 담긴 생각과 이야기가 속속들이 차 있었던 <메이드인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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