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내숭
김현정 지음 / 조선앤북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한복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사물을 그대로 옮겨놓은 정물화 보다는 톡톡튀는 아이어디가 가미된 팝아트나 위트있는 그림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 주는 김현정 작가님의 그림들을 보았을 때 참 흥미로웠다. 표지만 해도 노란 한복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헬멧을 쓰고 있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책 속에서는 이런 많은 내숭시리즈 속 그림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그녀들은 후루룩 라면을 먹거나, 엎드려서 컴퓨터를 하고, 그럴싸한 포즈로 당구를 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기도 한다. 그들이 입고 있는 각기 다른 색색의 한복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한장한장 넘길 때 마다 다음에 어느 장소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상상하게 만들며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복장과 상황들과 소품들이지만, 매치되지 않을 것 같은 그림들이 그리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으면서 오히려 조화로워 보였다.

 

그리고 더불어 그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이나 그렸을 때의 생각들, 어울리는 이야기 등을 그리 길지 않은 글들로 전해주고 있다. 공감가는 글들도 있고 기억해 두고 싶은 글들도 있고, 자신과 그림을 찾는 이가 있는 현재가 정말 감사하고 공부를 하면서도 전시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다는, 한국화는 아름다운 전통이며 이 고운 재료의 맛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글들을 통해 얼마나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아끼는 지도 잘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그림속 여인들이 실제로 현실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 그 나름대로 매력적으로 이 높은 빌딩 숲 속에 잘 녹아 들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눈빛은 따라 붙겠지만, 아무렇지 않게 내 옆을 슥 지나가는 내숭 속 주인공들을 만난다면 너무 즐겁지 않을까 싶었다. 책 속에서만이 아니라 언젠가 작가님의 전시회 소식이 들린다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작은 책 속에서만이 아니라 멋진 캔버스를 통해서도 다시 한번 이들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