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듣고도 좀처럼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아서 오랫동안 내 책장에서 조용히 꽃혀만 있었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분건지 그냥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책이 나를 찾아오는 적정한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 설렁설렁 페이지를 넘기며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읽어나갈 수록 이 책의 매력에 퐁당 빠져버릴 수 밖에 없었다. 여러 사람들이 주고 받은 편지글들을 읽는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건지섬에 살고 있던 찰스램의 열렬한 팬이였던 도시가 우연히 작가인 줄리엣의 책을 갖게 되고, 책 표지에 이름과 주소를 보고 줄리엣에게 다른 책도 구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편지 속에서 독일군 점령하에 돼지구이 때문에 탄생했다는 '건지 감자 껍질파이 북클럽' 이야기를 하게 되고 줄리엣은 그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문학회 얘기를 칼럼으로 쓰고 싶다고 생각한 그녀는 도시에게 부탁을 하게 되고 여러 문학회 회원들과 편지를 주고 받게 된다. (건지섬 주민 뿐만 아니라 친구인 소피와 그녀의 오빠인 출판사 사장인 시드니와의 편지도 볼 수 있는데 이 쪽은 조금 더 솔직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줄리엣의 모습과 만날 수 있었다.)

편지속에서 독일군 점령 당시의 건지섬에서 일어났던 일들, 자신들이 어떻게 문학회 회원이 되었는지부터 좋아하는 책, 독서회와 책이 자신들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주변 사람들과 일상적인 작은 사건들등 삶이 녹아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가끔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작은 소동 이야기도 있고, 전쟁의 잔혹함과 슬픔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있고, 빠질 수 없는 로맨스도 있고, 사람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문학회이니 만큼 여러 책들이 나오는데 읽어보지 못한 책들에 대한 관심과 그 책들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편지를 통해 알게되는 이야기들이 건지섬과 함께 선명하게 되 살아 나며 얼마나 즐거움을 줬는지 모르겠다. 작은 편지지위에 서로를 생각하며 한자한자 글을 써내려갔을 그들의 모습이 겹쳐지며 그들만의 체온과 인간다움과 따뜻함이 더해져 더 특별한 이야기가 된 , 그 편지글들이 끝까지 참 좋았다.
 
그들과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누구보다도 진한 우정을 나누는 줄리엣이 나중에는 직접 건지섬도 방문하게 된다. 도시, 아멜리아, 이솔라, 에번, 엘리, 존, 킷 등 책 속의 인물들은 상상만큼 참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그들과의 생활은 앞의 편지 속 이야기들과는 또 다르게 반짝반짝 거렸다. 그래서 편지글들 만큼 개성있고 가족같은 주민들이 그녀 만큼이나 좋았고 더욱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야기가 벌써 끝나나 하는 아쉬움과 함께 언제 한번 꼭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 들게 하는 그 곳 건지섬과 그들이 나누었던 우정과 사랑과 편지들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영화화 된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실제 건지섬과 책 속 주인공들과 꼭 닮은 주민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난 그저 결혼을 위한 결혼은 위한 결혼은 하기 싫어.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사람,

더 심하게는 침묵을 나눌 수 없는 사람과 여생을 함께 보내는 것보다 더 외로운 일은 없다고 생각해  -p17

 

-제 책이 어쩌다 건지 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p 20

 

- 그때도 놀라웠고 지금도 여전히 놀라운 점은, 서점에 들어와 어슬렁대는 숱한 사람 중에

자기가 진정 뭘 찾는지 아는 이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예요.

그냥 슬렁슬렁 둘러보다가 취향에 딱 맞는 책이 눈에 들어오길 바라는 거죠.    -p29

 

- 혹시 새로운 누군가에게 눈을 뜨거나 마음이 끌릴 때,

갑자기 어디를 가건 그 사람 이름이 튀어나오는 걸

알아챈 적이 있나요? 내 친구 소피는 그것을 우연이라 부르고

 나와 친한 심플리스 목사님은 은총이라 하십니다.

목사님의 설명을 빌리면 새로운 사람이나 사물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

일종의 에네지를 세상에 내뿜고,

                그것이 '풍부한 결실'을 끌어당긴다고 해요.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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