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는 낙타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싼마오의 이름과 책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고 재미있다는 평도 많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러다 요즘 즐겨보고 있는 대만드라마 첫화에서 여주인공이 읽고 있던 <사하라 이야기>에 눈길이 가게 됐고, 흥미가 일어서 나도 덩달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순서에 따르면 <사하라 이야기>부터 읽어봐야 할테지만 어쩌다 보니 <흐느끼는 낙타>를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어차피 옴니버스식의 이야기라 어느 책을 먼저 읽어도 상관은 없을테지만.

작가인 싼마오는 스물네살 때 부터 세계 각국을 떠돌기 시작했고, 1973년 북아프리카의 서사하라에서 스페인 남자 호세와 결혼해 정착 했다.
이 책 역시 사막인 사하라에서의 삶들, 정확히 말하면 그곳에서 살며 만나게 된 다양한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자동차로 아스팔트 길을 달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냥두지 못해 차에 태우고 가는 이야기들부터 남편 호세와 함께한 카나리아 제도 유람기까지~유쾌한 유람기를 통해 다양한 매력을 가진 그곳에 빠져들었고, 카나리아 제도는 나중에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벙어리 노예'편과 '흐느끼는 낙타'편이였다. 70년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노예를 당연시 여기는 사람들의 태도에 조금은 분노하기도 했고, 그럼에도 싼마오가 보여 준 인간적인 대우에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호의에 보답하기라도 하려는듯 작은 성의들을 보여주던 그. 가족을 위하는 그의 마음이, 몸은 자유롭지 못하지만 마음은 자유롭다던 그의 손짓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었던,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 같았던 '흐느끼는 낙타'편. 안타까워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 혼자 가슴을 졸이기도 하면서 읽었고, 마지막 페이지에서 낙타의 울음소리가 처량하게 울리는 사막의 풍경들이 생각나 한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아마 서사사하라는 곳이 독립을 바라며 스페인이나 알제리와 대치하는 그 불안한 정세들 속에 있었기 때문에, 사막이라는 특정적인 지역 때문에  이웃들도 이야기들도 그리 평범하지만은 않았다.(물론 평범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오히려 신선했고 슬프거나 분명 유쾌하지 만은 않은 이야기들도 섞여있는데 문체나 읽는데서 오는 무거움은 없다. 가끔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하지만 지루하지도 않고 오히려 술술 잘 읽혀서 다음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다려졌다. 이야기 속의 풍경들이 인물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그녀의 생생한 이야기들. 참 정도 많고 어려운 이웃 지나치지 못하고, 사람 사귀기 좋아하는 '좋은 사람' 싼마오, 이제 그녀는 없다는 게 그녀의 글을 더는 볼 수 없다는게 참 안타깝다. 이미 나와있는 책들도 아쉬움을 달랠 수 밖에...앞으로도 계속해서 읽을 수 있는 싼마오의 책들을 찬찬히 읽어나갈 생각이다.
 

- 황야에 나 있는 단 하나의 아스팔트 길을 나는 날마다 지나간다.

죽은 듯 고요한, 생명도 없고 슬픔이나 즐거움도 없는 듯한 길이지만,

사실 그 길도 세상 어느 길이나 마찬가지로, 좁은길이나 굽은 길이나 마찬가지로,

자기의 길손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느릿느릿 흐르는 세월을 오고 간다.

내가 그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사건들은 세상 어느길에서도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일들이다.

특별한 의미도 없고 기록해 둘 만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불교에서는 '백년 인연이 쌓이면 배를 같이 타고,천년 인연이 쌓이면 부부가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와 악수를 나눈 손 하나하나, 찬란한 미소 하나하나, 평범한 말 하나하나를,

                  어떻게 옷깃을 스치는 바람처럼 무심히 흘려보내고 잊어버릴 수 있겠는가?          -p31   

 

- 부부사이는 시기도 하고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하고 맵기도 하고, 때로는 더럽기까지 하다.

아무튼 마셔 본 사람이 그 물맛을 아는 법.

이 세상 속에는 온갖 일로 가득한 인생이 있는 법이니 내가 뭐라고 알려 줄 수가 없다.

저 호수가 얼마나 깊은지 겉으로 보아서는 그렇게 간단히 알 수 없지 않은가.

아마 당신 역시 당신의 호수 안에 뭐가 숨겨져 있다고 내게 말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각자의 희로애락은 각자의 몫이니까!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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