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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ㅣ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제목부터 호기심을 마구 유발하는 책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제목만 그런게 아니라, 책은 진짜 자신의 100회
생일파티 날 양로원의 창문을 넘어 도망가버린 알란 칼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양로원에서 '이제 그만 죽어야지'하고 되뇐 것은 잘못이었다는 생각을
하고 무작정 나와버린 이 대책없는 할아버지는 버스터미널로 향하고, 그곳에서 한 청년을 만나게 된다. 화장실에 가는 청년을 대신해 트렁크를 맡게
된 알란은 충동적으로 트렁크를 훔치게 되고 그 길로 버스에 오르고 만다. 하지만 트렁크에 담겨있던 건 엄청난 돈, 그렇게 하루아침에 돈을
찾으려는 갱단에 쫓기고, 노인이 납치된 줄 아는 경찰에서도 그를 찾으며 하루아침에 모두에게 쫓기게 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리고 이런 현재의 이야기와 더불어 100세의 삶을 살아온 알란의 과거 이야기가 교차되며 나오는데, 이 과거가 진짜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더 큰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스웨덴에서 스페인을 거쳐 뉴욕, 상하이, 이란, 소련등 전세계를 마구 누비고 다니며, 의도치 않게 역사적인 순간들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알란. 그리고 그 과정중에서 세계의 권력자들을 참 많이 만나게 되는데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 장제스 부인
쏭메이링, 스탈린 게다가 마오쩌뚱에 김일성과 김정일까지!!! 책 속 인물들이 진짜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이런 대화들이 오갈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책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알란과 함께 격변하는 세계사의 소용돌이 속에 나도 함께 서 있는 듯, 수 많은 일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심각한데 재미있기도 하고 끝을 향해
갈 수록 참 아쉽기도 했다. 그런 파란만장한 이야기들 속에 누군가의 좋은 친구가 되어 좋은 대접을 받은 순간들도 많았지만, 목숨이 위태롭고
위험한 순간들도 참 많았다. 하지만 이 당찬 할아버지 할말은 하고 능동적으로 상황을 타개하기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은 힘들기도 했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시한폭탄같은 삶의 여행을 그는 누구보다 즐겁고 유쾌하게 즐겼다. 근데 이 와중에 난 세계를
누비며 쌓은 엄청난 경험들과 가는 곳 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섭렵하는 언어 능력도 왜 이리 부러운건지, 할 수만 있다면 곁에서 함께 이 상황들을
모두 나누고 싶을만큼 말이다.
이런 삶을 살아왔으니 양로원에서 죽을때만을 기다리며 앉아있기엔 엉덩이가 들썩이고 손이 근질거려서 참지 못하는게 당연하다
싶다. 100세때가 아니었더라도 아마 알란 할아버지는 언제든 양로원 창문을 넘어설 수 있는 인물이었으리라. 그리고 책을 읽으며 느낀거지만 이
알란 할아버지는 사람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긍정적이고 술을 한잔하며 대화를 하면 금세 친구가 되어서 그의 주위에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유쾌한 친구들이 많았다. 이 위험한 모험들을 하며서 얻은 또 하나는 바로 이런 친구들이 아니었을까~~ 현재도 과거도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이야기가 모두 흥미진진해서 왜 베스트셀러고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난 책인지 새삼 알게 됐다. 나도 알란 할아버지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어느 곳의 창문이든 두려움 없이 충동적으로 뛰어나갈 수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