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이제는 나의 관심작가가 되어버린 마스다 미리 작가님의 새로운 책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제목부터 표지까지 아기자기한 이 책에 눈길이 갈 수 밖에, 게다가 내용이 궁금해 지는 건 말 할 것도 없고~항상 만화로만 봤었는데 이번 책은 에세이다. 내가 읽었던 이전의 만화들이 자신의 생각과 더불어 각색 되어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야 말로 작가님 자신의 이야기가 그대로 투영된 민낯 같은 작품을 보게 된 것. 관심있는 작가의 에세이들은 왠지 작품과 현실의 그 애매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 흥미로운데 이번에도 역시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카도가와 학예 WEB 매거진에 연재한 것을 모은 것으로, 짤막짤막한 에세이들과 만화가 함께 들어있는 만화에세이다. 패스트 푸드점에서 데이트를 한다거나 방과후에 받는 고백, 가사실습음식 챙겨주기,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기 등의 아주 소소하지만 그 때는 소녀들의 가슴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며 두근거리게 만들었을 법한 그런 이야기들. 주로 이제는 지나가 버린 그때만 느끼고 할 수 있는, 학창시절에 해보지 못했던 연애의 한 페이지들에 대한 동경에 관한 이야기들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런 소녀같은 동경들과 더불어 어울리는 옷의 경계가 애매해져 버린, 아기자기한 선물을 받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현재의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도 함께 담겨 있었다. 그래서 소녀와 이제는 조금은 그때와 달라진 어른의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만난 느낌이었다. 

 

학창시절의 자신도 그런 장면들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그저 부러움을 가득 담고 있는 한 소녀로 돌아가서 그때 했던 상상들을 거리낌없이 보여주는데 그게 참 재미있었다. 일본 청춘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나올 것 같은 이야기들 속에 교복입은 사춘기 소년 소녀의 서툴지만 순수한 그런 사랑을, 청춘을 동경하는 그 마음이 참 귀엽다고 느껴졌다. 그때 해보지 못했던 걸 어른이 되어서 시도해 본 것들에 웃음이 피식피식 나오기도 하고 미소를 머금게 되기도 하고 그때의 나는 어땠나 생각해 보기도 하고 왠지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고 새록새록 생각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들은 지금보다 더 많이 공감할 때가 오겠지라며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이가 들고 안들고 상관없이 도전해보고 할 수 있는 건 많지만, 딱 그때가 아니면 하기 힘든 것도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느낌이나 기분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게 연애든 공부든 여행이든 10대 소녀였던 나와 조금은 어른에 가까워 지고 있는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 경험치는 분명히 다를테니까, 지금 충분히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야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 대신 돌이켜 보면 그때 참 좋았다 라는 아주 기분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나이에 조금 어울리지 않더라도 용감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으면, 그래서 앞으로도 여전히 두근 거리는 소녀마음을 간직한 채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이렇게도 생각했다. 이루지 못한 꿈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

 거기에 비하면 '경험이 끝난 것들'을 내려놓는 편이 몇 배 더 충격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 이런저런 것들을 놓아버려야 하는 시기에 직면해 있다. 그것이 의외로

고통스럽다.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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