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내가 읽던 건 거의 다 일본소설이었고, 한국추리소설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에 검색을 하다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서 발견하게 된 책 <궁극의 아이>. 신비한 오드아이를 가진 소녀가  주는 오묘한 느낌의 사진과 소설의 배경이 한국이 아닌 미국이기 때문에, 작가의 이름이나 미리 어떤 정보를 받지 못하고 책을 읽었더라면 그저 잘 모르는 작가가 쓴 외국소설이라고 착각을 했을 것만 같다.

 

9.11테러 때 아내를 잃은 FBI요원 사이먼에게 십년 전 오늘의 소인이 찍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자신이 신가야라고 밝힌 이는 편지가 배달된 날로부터 5일동안 매일 한 명씩 사람이 죽게 될 것이며, 자신의 계획을 막고 싶다면 뉴저지 에디슨에 사는 엘리스 로자를 찾으라고 말한다. 그렇게 사이먼은 10년전 이미 죽었다는 신가야가 쓴 편지를 가지고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엘리스와 그녀의 딸 미쉘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기억속에 있는 단서들을 가지고 세계를 마음대로 통제하려는 '악마개구리들'과 '궁극의 아이'의 존재에 대해 서서히 다가가게 된다.

 

단 한번뿐인 사랑, 그리고 가야와 엘리스의 짧지만 강렬했던 5일동안 이야기가 현재와 교차되며 보여지며, 그 속에서 과거에 있었던 단순한 말이나 행동들 풍경들이 현재의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되기도 하며 묘하게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사건들이 전개된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토대로 궁금했던 점들이 하나씩 드러나게 될 때마다 어찌나 흥미진진 하든지 후반으로 갈수록 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궁극의 아이'의 기원에서 부터 긴밀하게 이어져 있던 사건과 사람들그리고 미래를 기억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던 가야가 먼 미래를 내다보며 준비한 치밀한 계획들까지,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정말 잘 짜여진 생생하게 살아있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가졌기에 불행해질 수 밖에 없었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밖에 없었던 가야의 슬픈 운명이 참 안쓰럽기도 했다. 남겨진 엘리스와 미쉘이 안타까운 건 두말 할나위 없고,마지막 장면은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나를 좀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분명히 속도감과 흡인력이 강한 추리소설임에도 그 밑에는 더 없이 뜨겁고 조금은 아프기도 한 로맨스 소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었다고 생각한다.

 

분명 픽션이긴 하지만 픽션으로만 치부할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에서 일어났던 9.11 테러 사건이나 티베트 독립과 라마에 관한 이야기와 한국,중국,일본,미국등의 정치적인 상관관계, 가진 자들의 끊임없는 욕망과 그를 위해 희생될 수 밖에 없었던 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부조리한 현실의 반영과 함께 생각할 거리들을 안겨주기도 한다. 보는 내내 영화로 제작된다면 추리와 로맨스가 적절히 섞여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영화로도 <궁극의 아이>를 꼭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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