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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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종이사전을 옆에두고 그 단어를 발견할 때까지 얇은 종이들을 참 열심히 뒤적였던 기억이 난다. 수 많은 단어들 사이에서 손으로 짚어가며 단어를 찾아헤매던 기억들~생각해 보면 찾는데 조금 번거롭긴 해도 때로는 그 단순한 작업들이 좋았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단어를 검색만 하면 바로 결과가 나오는 전자사전이나 인터넷 사전을 많이 사용하곤 해서, 책꽃이에 꽃혀 있는 단순한 장식물이 되어버린것 같은 종이사전을 책을 읽으면서 다시 휘리릭 펼쳐보게 됐다. <배를 엮다>는 이미 조금은 뒷켠로 밀려버린지도 모르는, 하지만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바로 종이사전을 만드는 사전편집부 사람들의 이야기다.

 

예전부터 말에 흥미가 많아 출판사 겐부쇼보에 입사한 후 사전 만들기 외길을 37년을 걸어온 아라키. 정년까지는 어떻게든 자신의 뒤를 이을 젊고 유능한 사원을 찾으려고 하던 중 편집부의 니시오카에게서 마지메를 추천받는다. 몇 가지 질문을 던진 결과, 아라키는 마지메가 사전 만들기에 적격인 것을 발견하고 국어사전 <대도해> 편찬을 위해 그를 스카웃 한다. 처음에 마지메는 사전 편집부의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서 고뇌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살고 있는 하숙집 소운장 주인할머니의 손녀인 가구야를 마음에 담고는 15매나 되는 연애편지를 쓰는 등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고문인 마쓰모토 선생, 사전 작업 중 선전 광고부로 가게 된 니시오카, 함께 일하는 사사키 씨, 한참 후 사전 편집부에 들어오게 된 기시베까지 많은 사람들이 <대도해>를 위한 항해를 함께 하게 된다.

 

사전을 만드는 과정들이 편집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어서 사전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 지를 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표제어를 선정하고, 어떤 뜻을 넣는게 좋을 지 고뇌하고, 올바른 용례를 찾고, 원고를 부탁하고, 교정에 교정을 거듭하고 정말이지 사전의 두께만큼이나 수 많은 시간과 정성들이 들어가는 녹록치 않은 작업들이었다. 오죽하면 사전의 종이 하나까지도 신경쓰는 모습들을 보면서 편집부의 사람들 만큼이나 나도 사전이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져 나오게 될지 점점 궁금해 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전에 대한 마지메와 편집부 사람들의 열정과 편찬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는 반짝 반짝 빛이 났다. 처음에는 사전 만드는 일에 시큰둥 하다가도 점점 사전 만들기에 애정을 갖고 빠져드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좋았다. 해야만 하는 일이여서가 아니라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처음에 왜 제목이 배를 엮다 일까 라는 궁금증이 일었는데, <대도해>라는 이름은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이기 때문에 바다를 건너는 데 어울리는 배를 엮다라는 생각을 담아 지은 거라는 설명이 나온다. 말이 갖는 힘이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는 만큼 정말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책을 보기 전부터 배를 엮다가 영화화되었다는 이야기에 익숙한 배우들인 마츠다 류헤이,미야자키 아오이, 오다기리 조 등이 출연한다고 해서 기대가 됐다. 이미 일본에서는 개봉한 걸로 알고 있는데 배우들이 책 속 인물들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그려 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 지고, 영화 속 편집부와 <대도해>를 실제로 볼 수 있다면 너무 즐거울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영화로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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