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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주위를 소홀히 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은 간판 <맛있는 커피와 음악♪-카페 '곶'여기서 자회전>을 따라가면 한적한 해안 절벽 끝 작은 찻집 곶 카페를 만날 수 있다. 후지산이 보이는 창밖 풍경이 멋지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오며 손으로 직접 꾸민 듯한 푸른색 페인트로 칠해진 작은 운치있는 목조 건물, 가는 통나무로 만든 난간이 설치된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는 남편을 여의고 혼자 가게를 꾸려나가는 여주인 에쓰코가 있다. 한 쪽 다리를 잃은 개 고타로가 가게로 안내해주는 이런 곶 카페를 배경으로 우연히 이곳에 들른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내를 잃고 딸 노조미와 함께 길을 나선 가쓰히코, 구직이 잘 되지 않아 앞으로의 진로가 고민인 대학생 이마겐, 허기를 채우고 도시로 나갈 차비나 챙길 생각에 칩입한 도둑, 에쓰코에게 오랫동안 마음을 품었던 단골 다니씨, 20여년 전 했던 밴드가 다시 한 번 모여 연주하길 바라는 에쓰코의 조카 고지등의 나이도 성별도 다른 이들의 각각의 사연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으로 이어지는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고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곳은 다녀간 이들의 흔적이 조금이지만 하나씩 남는 곳이라 앞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흔적들이 시간이 지나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속에서 스쳐가듯 등장하곤 해서 작지만 이런 부분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곳에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슬픈일을 겪었거나 고민이 있거나 위로가 필요한, 삶이 그다지 녹녹치 않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곶 카페에 들러 에쓰코씨가 '맛있어 져라',' 맛있어 져라' 주문을 외우는 맛 좋은 커피를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에쓰코씨가 자신들에게 꼭 맞는 음악 한곡씩을 들려주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그 따뜻한 온기로 마음을 치유해 나간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닫고 앞으로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저마다의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고 그들의 행복을 바라게 되고 앞으로의 인생에 파이팅을 외쳐주고 싶은 기분마저 들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희망을 주는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라서 참 좋았다. 게다가 살아온 세월만큼 그만큼 쌓인 경험만큼 에쓰코씨가 주인공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참 공감이 되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아서 더 좋았다. 나도 그들과 함께 위로를 얻고 더 큰 힘을 얻은 느낌이다. 좋은 음악이 흐르는 풍경좋은 소박한 카페에서 향긋한 커피한잔을 놓고 앉아만 있어도 좋을것 같은데 인자한 주인과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이런 곳이 있다면 정말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왠지 책을 읽고 있으면 인자한 미소를 띈 에쓰코씨와 강아지 고타로가 있는 카페 곶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다. 세세하게 잘 묘사된 부도 있겠지만 실제로 작가의 고향인 차바현에 실제로 존재하는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취재해 쓴 것이라 더 생동감이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책의 집필도중 자연재해로 인해 건물이 손상되기도 했지만 현재 다시 복원되어 운영중이라니 나중에 치바현에 가게 된다면 꼭 한번 이 카페에 들러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