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감 - 씁쓸하고 향기로운 야생초의 유혹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잔잔한 일본소설 한편이 보고 싶었는데 마침 눈에 들어온 책 <사랑도감>. 책 제목보다도 더 눈길을 끌었던 게 아리카와 히로라는 작가의 이름,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도서관전쟁>이라는 책의 작가라는 점이었다. 사실 원작을 읽어본 건 아니지만 만화책으로 나온 <도서관전쟁>을 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 터라 원작 작가의 다른 책이 어떤지 궁금해 졌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달달한 사랑과 로맨스를 다룬 책으로 일본에서는 2010년에 발표되어 그 해 서점대상 후보에 오르며 18만부 이상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 셀러라니 기대감은 한 껏 더 높아졌다. 이야기는 늦겨울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회식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향하던 사야카는 배낭을 메고 화단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던 이츠키를 보게 된다. 죽은건 아닌가 싶어 말을 거니 이츠키는 지쳐 쓰러진 행려병자라며 자신을 좀 주워가지 않겠냐는 황당한 제안을 한다. 그가 가엾어 보였던 사야카는 이츠키를 집에 들이게 되고, 이튿날 아침 사야카는 이츠키가 차려놓은 밥상에 감탄한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이츠키에게 갈 곳이 없으면 여기에서 지내도 좋다는 말을 건네게 되고 이츠키가 집안일과 밥을 준비한다는 조건으로 함께 살게 된다. 절약정신 강하고 음식솜씨 좋은 이츠키는 야생초에도 빠삭해 함께 가까운 둔치로 야생초를 캐러가기도 하는데 그 야생초로 맛있는 음식들을 만들어 내어 사야카를 감탄하게 한다.

 

그렇게 같이 살며 야생초 요리와 함께 사야카와 이츠키는 어느 덧 서로에게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다. 그저 서로가 있어서 좋기만 한 하루 하루를 보내며 사랑이 깊어질 수록 서로를 아끼며 함께 하는 둘의 모습이 다정해 보이기도 했고 행복해 보여서 참 좋았다. 아무래도 그들이 아직 마음을 자각하지 못했을 때 보다는 둘의 사이가 조금씩 진전되면서, 행동이나 말들이나 그들을 감싸고 있는 공기가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이 많이 들어서 이야기도 더 재미있었다. 같이 캔 야생초의 수 만큼, 야생초의 요리만큼 쌓여갔을 그들의 이야기~아마 그들에게 야생초 요리들은 그저 맛있는 음식에 지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떠올리게 하는 함께 나눈 추억이자 기억이고 사랑이였을 것이다.

 

책에서 사야카와 이츠키의 이야기 말고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야생초들이다. 챕터들의 분류도 야생초 이름들로 나열되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정말 이름도 생소한 뱀밥, 호장근, 바위취, 개비름같은 수많은 야생초들과 그 재료들로 만든 여러가지 요리들이 등장한다. 먹을 수 있는 야생초들이 이렇나 많아 싶어서 저절로 야생초들에 관심이 가고 이츠키가 만들어 내는 그 맛있는 요리들을 한번쯤은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손질하고 튀기고 무치고 양념하는 등의 그런 과정들도 세세히 나와있어서 나중에 야생초들로 이츠키의 레시피를 재현해 보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나있는 풀들에서도 책에서 본 야생초들의 흔적들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책속에서 만났던 야생초들을 보게 되면 이츠키의 맛있는 야생초 요리와 함께 사야카와 이츠키의 아기자기 하고 예쁜 로맨스도 덩달아 생각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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