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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모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3월
평점 :
<악인>과 <요노스케 이야기>를 읽은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 <하늘모험>. 단편소설 12편과 에세이 11편이 한데 묶여 있어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과 에세이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2008년 가을부터 2010년 여름까지, ANA그룹의 기내 잡지인, <날개의 왕국>에 연재했던 단편소설과 수필을 한권으로 정리해서 출간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기내 잡지에 실렸던 글들이라고 하니 왠지 모르게 <하늘모험>이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서 실려있는 단편 소설들은 특별하거나 톡톡 튀거나 임팩트가 강한 이야기들이라기 보다는 아주 일상적인 내용들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내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우연히 학창시절 좋아했던 연예인을 보게 된 이야기를 다룬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 함께 여행을 떠나기 전 하네다 공항에 모인 쉰 아홉살 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올 어바웃 마이 마더], 7년간 사귄 연인과 헤어지고 갑자기 서울 여행을 온 여자의 이야기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등이 실려있다. 특히나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서울의 남산타워가 그 배경이라 왠지 더 특별한 느낌이었다.
단편소설은 역시 어디서 끊어질 지 모르는 마지막 문장이 관건이다.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끝나버리면 왠지 모르게 배신당한 느낌도 들고 허무한 느낌마저 든다. 더 알고 싶어서 뒷 이야기가 안달나기도 하고 과연 무엇을 말하는 걸까 아리송해지기도 하는 단편들은 역시나 너무 어렵구나 다시 한 번 새삼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도 단편 하나하나가 너무 짧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툭 끊겨버리곤 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이어서 이어지는 에세이들은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프랑스 [라볼,프랑스], [뉴욕, 미국], [포브지카, 부탄] 같은 지명들을 달고 있어서 어디 어디를 갔다 왔다는 식의 여정을 담은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그 곳에서 겪었던 하나의 사건이나 거기서 확장된 이야기들과 자신의 생각과 느낌들을 담아낸 에피소드 중심의 에세이였다. 여행지에서 영화관에 자주 간다든지, 팁 문화가 서툴다든지, 부산의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던 영화제의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마지막엔 <악인>의 무대가 된 장소와 영화 촬영지에 간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악인>을 참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책에서 언급한 오세자키 등대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에세이들도 한편한편이 그다지 길지 않아서 읽기에도 부담없고 재미있어서 에세이 들로만 다 채워졌더라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편소설과 에세이 두 가지 장르만큼 아쉬움과 만족의 두 가지 느낌이 교차했던 <하늘모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