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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만나요 - 책으로 인연을 만드는 남자
다케우치 마코토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몇 권 써낸 그리 유명하지 않은 작가 고마치 다케도, 그는 20년 전부터 주인공이 낯선 마을의 도서관에서 지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 그러나 자신이 쓰고 싶어했던 그 이야기를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 속에서 만났을 때, 더 이상 자신의 체험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못한다는 생각에 온갖 생각들이 소용돌이 친다. 그렇게 조금은 씁쓸한 마음을 안고 목적지도 정해지지 않은 긴 여행길에 오른다. 그리고 또다른 등장인물인 와타루와 나즈나. 나즈나가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가명인 호시노 스미레 중 호시노를 <해변의 카프카>에서 따왔다는 걸 알게 된 와타루는 그 책을 읽게 되고, 책에 관한 대화를 하며 점차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다 <해변의 카프카>속 주인공들처럼 다카마쓰로 떠나보자는 계획을 하게 된다.
소설은 이렇게 고마치 다케도와 와타루&나루나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그렇게 전혀 공통점도 접접도 인연도 없어 보이던 다른 등장 인물들의 두개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나가다, 어느 순간 한 공간에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흘러간다. 와타루와 나즈나를 만나게 한 처럼 그들과 고마치 다케도를 이어준 것도 그들을 한 우동집에서 만나게 한 것도 <해변의 카프카>라는 책 한권 이었다. 책이 인연을 만들어 준 아주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한 셈이다. 그저 한 권의 소설이 우연히도 그들을 같은 한 방향으로 이끌게 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게도 하고, 여정을 함께 하게도 만들었다. 그들이 책으로 얽혀있는 인연이라니 왠지 더 신비롭고 특별한 느낌마저 들었고, 잔잔하게 소소하게 이어진 인연들이 나누는 대화들이 어색하지 않고 정겹게 편안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와타루와 나즈나의 대화에서도 그들과 고마치 다케도도 나중에 인연이 된 도서관 사서 미쓰기 미와까지도 책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 그들의 인연을 이어준 것도 책, 그들의 대화의 주제도 책이 되는게 다반사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책 제목들이 언급된다. 다양한 장르, 다양한 나라 작가들의 소설들책 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이 참 많이 나온다. 나는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상실의 시대> 딱 한권만 읽었기 때문에 책에 나온 다른 그의 책들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해변의 카프카>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 책을 읽고 감동이 더 했다면 아마 이 책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가끔은 내가 읽은 소설을 누군가가 읽었다는 것 만으로도, 그보다 더 나아가 나와 똑같이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마구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질 때가 있다. 더욱이 훌쩍 떠난 낯선 곳에서 내가 재미있게 읽은 소설을 누군가 가지고 있다면 왠지 더 반가울 것 같하고 정말 용기내어 말 한마디 건네보고 싶어질 것 같다. 그러면 책 속 그들처럼 정말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든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여행 책,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아름다운 장소들을 만날 때면 꼭 한번 저곳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하는데 소설을 보면 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저 소설 속의 장소라고만 여기게 되거나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보이는 곳이 아니여서 그런 것 같은데, 이제부터 라도 조금 더 주인공들이 서 있는 그 공간에 더 관심을 기울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소설 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그곳에서 또 다른 고마치 다케도, 와타루, 나즈나, 미쓰기 미와를 만날지도 모르고..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그 속에 있는 다른 책들이 더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 우연하게 책으로 만나는 인연을 찾고 싶게 만드는 책 < 도서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