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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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에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었던 영화 <헬프>. 사실 처음에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몇 번 예고편 같은 걸 스쳐 보긴했지만, 누가 나오는지 어떤 내용인지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다른분들의 영화에 대한 감상을 통해서 내용도 괜찮고 영화도 참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너무 가볍지 많은 않은 주제를, 한번 쯤 생각해 볼만한 내용을 다룬다는게 눈길을 끌었다. 영화에 대해 알아보던 중 영화의 원작소설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영화를 보기 전에 우선 책 부터 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보다 먼저 만나게 된 소설 <헬프>.

 

소설은 1960년 대 초,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을 배경으로 백인 엘리자베스 스폴터의 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흑인 가정부 아이빌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스폴터의 친구 힐리는 백인이면 누구나 자기집에 유색인 가정부가 쓰는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또 다른 친구 스키터는 아연실색한다. 스키터는 작가 지망생으로 여느 친구들과 백인들과 달리 유색인종 차별이 부당하다고 느낀다. 어느 날, 잡지의 생활칼럼에 대타로 글을 싣게 된 스키터는 가정부 아이빌린에게 이것 저것 생활에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 가끔 아이빌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스키터는 가정부에 대해 사는 것에 대해 책을 쓰고 싶다고 말하고, 아이빌린에게 도움을 청한다. 아이빌린도 처음엔 망설이지만 도움을 주기로 결심하고 친한 가정부 미니와 다른 가정부들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만의 은밀하고도 조용한 의미있는 반란을 준비한다. 자신의 고용인들에 대해 입을 연다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 일 것이다. 설사 마을 이름을 바꾸고 누군지 밝히지 않았더라도 이야기를 한 이들이 자신들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생계가 막막해 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유색인들에 대한 나쁜 일들도 서슴없이 벌어지던 때라 그 공포는 극해 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 보다 더 무거운 일은 바로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편견과 통념들은 잘 바뀌지도 않거니와 반기를 든다는 것은,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그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세상을 바꾸어 보기로 결심했고 크나큰 용기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아주 미미하지만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 냈다. 그 점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누구나 할 수는 없는 일을 해 낸 그들이 참 대단해 보였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가정부의 생활들과 주인공들의 대화들을 통해서 그 당시의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같은 변기를 쓰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차고에 가정부의 화장실을 따로 만들고, 가정부의 음식은 자기들것과 함께 놔두지도 않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명을 씌어 다른 일을 못하게 하고, 같은 병원에서진료도 받지 않고, 백인들에게 매를 맞아 눈이 멀기도 하고...정말 이런 일들이 다 행해진건 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에게 높고 낮음이 존재하는 것인지,그저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에 아래에 있다고 여기고 부당한 대우를 해도 되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작가 캐스린 스토킷이 미시시피에 대한 향수와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쓴 첫 소설이라고 한다. 50년 동안 60여 번의 거절을 당하는 우여곡절 끝에 2009년 출간되어 아마존,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에 올랐으며 오랜기간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책을 쓰는 동안 흑인의 목소리로 글을 쓰면서 무서운 경계를 넘는다는 사실에 두려움도 많았다고 했다. 작가의 이야기는 책을 내기 위해 수 많은 두려움들을 이겨내야 했고 나오기 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스키터와 아이빌린과 미니의 이야기와도 많이 닮아있었다.

 

사실 처음에 책에 대한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실망도 적지 않았다. 여러 상황들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내가 느끼기엔 핵심적인 내용의 전개가 너무 후반부에 나오는 것 같아 전개가 느린 느낌이었고, 끝도 조금 흐지부지 하게 마무리 되지 않았나 싶다. 책을 내고 나서의 일들이라든지 조금 더 중요한 부분들의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조금 더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면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이 참 아쉽다. 영화는 조금 더 나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 책 속 스키터, 아이빌린, 미니, 엘리자베스, 힐리, 셀리아가 스크린에서 살아 움직여 더 진한 감동을 안겨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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