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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어른, 어린왕자를 만나다 - 아직 어른이 되기 두려운 그대에게 건네는 위로, 그리고 가슴 따뜻한 격려
정희재 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원작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린왕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이미지다. 처음 봤을 때 나도 모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 그 그림이 이상하게 내 뇌리속에 콕 박혀 있어서 <어린왕자>하면 자연스레 그 그림이 머릿속에 맴돈다. <어린왕자>는 누구나 아는, 한번 쯤은 읽어봤을 만한 정말 유명한 명작이지만 막상 어떤 이야기였지 생각해 보니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띄엄띄엄 부분적인 이야기와 이미지들만 어렴풋이 떠오를 뿐이라 내용은 가물가물하고, 한번쯤은 읽은 것 같은데 어쩌면 읽었다는 건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마저도 드는 작품. 그래서 나는 이번에 제대로 <어린왕자>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제목부터 너무 예쁜 <지구별 어른, 어린왕자를 만나다>는 생텍쥐페리의 원작인 <어린왕자> 이야기에 작가 정희재님의 이야기가 덧붙여진 소설과 에세이를 함께 접할 수 있는 책이였다. 27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한 챕터마다 소설과 에세이가 번갈아 실려있다. <어린왕자>에서 인상적인 어느 한 구절이나 소재 등을 꺼내어 경험담과 함께 이야기를 곁들어 들려주는데, 소설과 참 절묘하게 이야기가 맞아 떨어진다. 어린왕자가 많은 별들을 여행했던 것 처럼 작가님의 여행담들도 함께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조곤 조곤 먼저 인생을 산 인생의 선배로서 때로는 어른인 자신의 성숙하지 못한 면들을 내보이고, 때로는 위로를 건네고, 때로는 공감하게 만들기도 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누군가가 자신의 살아감에 대해,느낀것들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또 배울점도 많은 것 같다.
<어린왕자>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참 따뜻하고 훈훈하게 해주는 구나 싶어 책을 다읽고 나서도 약간 아련한 느낌과 함께 감동적인 여운이 감돌았다. 순수한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고, 그렇게 순수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왕자는 엉뚱하면서도 이해하기 힘들때도 있지만 언제나 정곡을 찌르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곤 하니까..많이 배운다고 해서 알 수 있는게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소중히 할 줄 아는 있는 마음을 가졌으니까 말이다. 어느 날 문득 조종사가 어린왕자를 만났던 아프리카의 사막을 자박자박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하게 그 곳에서 황금빛 머리를 가진 질문이 많은 소년을 만난다면, 손을 꼭 잡고 하늘의 별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짧고 쉬운 듯 하면서도 인생의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것 같은 <어린왕자>를 내가 제대로 온전히 다 이해했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아직 그 깊은 뜻을 제대로 통찰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고 두고 이 책을 반복해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내년에는 또 그 다음해에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해 한해 조금씩이라도 더 어린왕자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