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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수장룡의 날
이누이 로쿠로 지음, 김윤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순정만화가 아쓰미는 자살시도로 식물인간이 된 동생 고이치를 '세이쇼 코마 워크 센터'에서 만나고 있다. 그곳에서 SC인터페이스라는 기계를 통해 혼수상태의 환자와 의사소통하는 센싱을 하고 있다. 센싱을 통해 고이치가 왜 자살시도를 했는지 알기 위해 애쓰지만, 매번 고이치는 자살이라는 형태로 외부와의 센싱을 거부하곤 한다. 고이치와의 센싱을 진행할 수록 엄마와 고이치와 하루히코 할아버지가 있던 섬을 찾아갔던 일, 섬의 조수 웅덩이에서 물고기를 잡았던 일, 하마터면 물에 고이치와 자신이 빠질뻔 했던 일등 동생과 함께했던 자신의 과거도 함께 더듬어 가게 되는 된다.
점점 시간이 갈 수록 이런 과거의 기억들과 함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져 간다. 현실속에 고이치가 불쑥 나타나서 놀래키는가 하면 알고보니 센싱 속 이미지이기도 하고..아쓰미의 주위가 점점 센싱 속 이미지에 침식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책을 읽어나면서도 이부분은 현실이 아니지 않을까 싶은 의문을 계속 품게 되어 혼란스러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일이 반복되다 보니 잔잔하고 모호하고 조금은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은 준다.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다 끝을 향해 갈 수록 조금은 예상했던 반전이라서 살짝 김이 새기도 했지만 왠지모를 아련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완전한 수장룡의 날>은 2009년 작가가 집팔한 자신의 희곡<LUXOR>를 토대로 집필한 미스터리 소설로, 가이도 다케루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이후 처음으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된 2011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대상수상작이기도 한 작품이다. 스토리가 지루하지는 않지만 여러가지로 아리송한 책이고, 화려한 타이틀에 많은 기대를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평이했던 느낌이랄까, 조금 더 공감할 만한 , 느낄만한 무언가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정말 대단한 미스테리 소설이다 정도의 느낌은 없었던 점이 많이 아쉽다.
식물인간이 된 동생과의 센싱이라는 보기 드문 소재로 호기심을 끌었던 <완전한 수장룡의 날>. 정말 이렇게 획기적인 기계가 있다면 환자의 가족들은 그나마 소통하고 있다는 하나의 희망으로 살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기도 했다. 제목은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유명한 미국의 은둔 작가 J.D.샐린저의 단편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책에서도 그 책의 장면들과 책 제목이 간간히 언급되곤 하는데 책을 읽고 나서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을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에서 조금씩 보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