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린 - 어느 기지촌 소녀의 사랑이야기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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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애소설, 로맨스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독특한 설정이나 눈길을 확 끌만한 소재가 아니면 왠지 잘 손이 가지 않는다. 다른 장르의 소설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녹아있는 사랑이야기는 좋아하는 편인데,사랑 하나만을 주제로 하는 소설들에는 왠지 흥미가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내가 아직 편견에 사로 잡혀 정말 좋은 소설들을 외면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그런데 이재익 작가님의 <미스터 문라이트>로 이런 편견들을 조금이나마 깰 수 있었다. 참 재미있게 읽었고 연애소설도 괜찮구나 라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하게 된 작가님의 <아이린>. 이번에는 카투사와 기지촌에서 일하는 혼혈소녀의 사랑이야기 였다.

1996년 겨울 캠프 험프리스에 카투사로 근무하게 된 정태. 미군들과 함께 지내지만 미군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고 맞춰진 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카투사 생활을 하게 된다. 다른 미군들과 카투사들이 술을 마시고 여자를 만나러 가는 와중에도 정태는 고시공부를 하며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클럽에서 일하는 아이린, 혜주를 알게되고 이제껏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혜주는 처음에 정태를 멀리하려고 하지만 자주 만나게 되면서 점차 마음을 열고 서로를 아끼고 좋아하게 된다.


그들의 사랑은 참 애뜻했고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했다. 기지촌 일을 하면서 다른남자와 함께하고 폭력을 당하는 혜주의 모습을 보며 가련하기도 하고 수치스럽기도 한 이중적인 마음이 들곤 하는 정태, 그리고 그녀에게 당장 그 일을 그만두게 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기도 한다. 정태가 좋으면서도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혜주, 어쩔 수 없이 기지촌일을 할 수 밖에 없지만 가슴속에 꿈하나 품고 사는 혜주의 모습이 참 슬프면서도 아련했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참 아름다웠다.

둘의 사랑이야기 뿐만 아니라 카투사 승훈, 민성, 미군 코트니, 마르끼즈, 제니 등 여러인물들이 얽혀서 일어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하나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예상치 못하게 일이 전개되기도 한다. 특히나 생소한 카투사 생활들과 속어들, 기지촌 , 카투사와 미군들과의 관계들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했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이 군인 신분이었을때 겪은 일들을 밑그림 처럼 그려놓았다고 한다. 배경 캠프 험프리스도 실제도 카투사로 근무했던 미군기지고 부대명이나 정태의 복무기관과도 일치하고 실제했던 인물들과 에스소드로 고스란히 옮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소설인 셈이다.

그리고 미군에 대한 불만이나 불평등한 처우등을 소설 속 대화나 상황들을 통해서 엿볼 수 있었다. 한 예로 정태와 미군인 마르끼즈가 싸우고 벌을 받는데, 미군인 마르끼즈가 일주일 청소로 그만인가 하면 정태는 한달간 영창에서 고생을 한다. 가끔 미군들이 관련되어 있는 사건들을 접하면 분명 중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처벌은 미국에 권한이 있기 때문에 처벌이 미미하다는 걸 알고 있다. 이 작은 소설 속 사건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그 사실을 상기 할 수 있었다. 자국민 보호와 협정 때문이 아닌 합당한 처벌이 우선시 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를 먼저 생각한다면 아마 그렇게 하지는 않을텐데 괜히 마음이 씁쓸해 진다. <아이린>을 통해서 미군기지와 미군, 기지촌 여성들, 카투사 참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가지를 알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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