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누구나가 한번쯤은 지나쳐 왔을, 돌아보면 '그땐 어땠었지' 기억을 곱씹어 보기도 할 소년시대. 책 속 소년시대의 주인공은 12살 소년 코리 제이 매케넌이다. 코리는 아빠의 일이 많을 때마다, 새벽에 일어나 우유배달 하는 것을 돕곤한다. 어느 날 처럼 아빠를 도우러 나선 아침, 예상치도 못하게 목졸려 죽은 남자가 차에 갇힌채 색슨호수 바닥 깊숙히 가라앉는 것을 보게 된다. 보안관이 사건을 조사하는 가 하면 코리가 사는 작은 마을 제퍼에는 이 일로 한바탕 소동이 일게 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한 일로 이야기가 시작되어서 스릴러나 추리물이 아닐까 생각하기 싶지만 <소년시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쳐 점점 자라나는 코리의 성장기를 담은 성장소설이다. 이 사건은 12살의 소년 코리가 겪은 여러가지 일중 중 하나일 뿐이다. 죽은 남자와 살인자도 찾지 못한채 사건이 흐지부지 되는 가 싶더니, 결말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게 된다. 코리도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이 사건을 여러 단서들을 바탕으로 추리를 통해 범인을 찾아내는 가 하면 아슬아슬하고 아찔한 순간들은 긴장감을 더했다.
이 사건 외에도 코리에게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친구들과 떠난 캠핑에서 수상한 거래현장을 목격하고 위험에 빠지기도 하고, 단편 소설을 써서 최연소 문학상을 받기도 하고, 언제나 괴롭힘을 당했던 못된 아이들을 때려 눕혀주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간 축제에서 기이한 동물을 만나고, 소중한 이들의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다. 오직 자기 세계의 모든 곳이었던 동네 제퍼에서 개성강한 동네사람들, 친한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일상의 이야기들은 지루할 새 없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그 일상들 속에 추리적요소, 귀부인이나 올드모세,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판타지적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들뜨지 않고 녹아있어서 코리의 이야기는 더 다채로웠다.
후에 64년의 12살 코리는 91년의 40살 소설가 코리가 되어서 아내와 그당시 자신의 나이를 가진 딸과 함께 다시 제퍼를 찾게 된다. 많은 세월의 흐름과 변화들 속에 기억속의 제퍼는 이미 너무 황폐해져버렸지만, 수많은 추억들이 가득했던 그곳은 코리의 마음속에서 어느 곳 보다 찬란하고 아름답게 영원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것이다. 그 당시의 친구들이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함께 알려주는데 성장한 이들의 모습을 만나는 건 오랜 친구들의 소식을 듣는 것 처럼 흐뭇하고 즐거웠다. 생각지도 못했던 인연을 다시 만났을 땐 참 놀랍기도 했었고..
웃음 가득한 즐거운 순간들도, 아슬아슬 위험한 순간들도,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신비한 순간들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만한 슬픈 순간들도 용기있고 영리하고 순수하면서도 어른스어웠던 코리는 모두 잘 건너와서 어른이 되었다. 이렇게 추억할 거리가 가득한 코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12살 그때는 어땠나 하는 기억을 더듬어 보게 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친구들과 함께 놀고 웃고 그시간들을 즐겼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운 기분도 들고,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며 그 길들을 잘 걸어와서 지금의 나는 조금쯤 성장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여러가지 생각과 함께 나의 소년시대를 한번 뒤돌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던 <소년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