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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1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4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로 평가받는 마가렛 애투우드는 현대여성들이 스스로 자아를 찾고 회복하는 것이 중요함을 여러 작품을 통해 강조해 왔는데, 그 주제의식이 가장 잘 드러난 대표작이 바로 <도둑 신부>라고 한다. 또한 이 작품은 캐나다 작가 협회 선정 올해의 소설상(1993), 캐나다와 카리브 해 지역 연영방 작가상, 선데이 타임스 최고 문학상을 받았으며 2007년에는 미국 CBS에서 드라마 시리즈로 방영되기도 했다고 한다.
책은 역사학자 토니, 점술을 즐기는 캐리스, 사업가 로즈 세명의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들은 톡시크라는 카페에 모여 한달에 한번 씩 점심을 먹는다. 예전에 같은 기숙사에서 살았다는 것 외에 닮은점은 별로 없어 보이는 그들이지만 지니아라는 여자에게서 사랑하는 애인이나 남편을 빼앗겼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톡시크에서 만나서 우정을 쌓아오는 그녀들 앞에 어느날 문득 4년 여전에 죽었던 지니아가 불쑥 모습을 나타낸다. 그들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혼란을 겪게 되고, 왜 다시 지니아가 그들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지 의문을 갖는다.
토니, 캐리스, 로즈 순으로 순차적으로 그녀의 현재들 삶이 어떤지 보여주고, 이어서 그녀들의 과거의 삶이 드러난다. 지니아를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그녀들의 삶에서 사랑하는 남자들의 존재를 앗아가 버렸는지 뿐만 아니라 자연스레 그녀들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 까지도 알 수 있었다. 남자들이 그녀들을 떠나고 나서 그녀들의 모습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던지 보는 내가 다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런 아픔을 겪은 세명의 여자들앞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지니아. 그녀들에게 지니아의 존재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떤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처음엔 동정심을 유발하며 그들의 삶에 조금씩 자리를 차지했던 지니아는 나중에 홀연히 그녀의 남자들과 모습을 감추었다. 남자들만 앗아간 것이 아니라 그녀들의 삶 자체와 추억을 파괴시켜 버린 것이다. 그런 모습들만 보자면 지니아는 비난을 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지니아와 함께하다 다시 돌아온 남자들을 받아줄 만큼 그녀들은 그 남자들을 너무나 사랑했다. 그들은 여성편력이 심하다거나 병역기피자로 숨어지내야 했거나 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안고 있는 남자였고 지니아를 따라 훌쩍 떠날 수도 있는 남자들이였다. 지니아는 불안요소를 가진 그런 남자들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가진 그녀들을 한꺼플 벗겨내기 위해서 오히려 희생을 한것이 아닐까??하는 그런 생각..
그리고 지니아는 그녀들의 내면에 있는 이상향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지니아처럼 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화나고 불편하고 두렵고 비난하고 미워지는 그런 아이러니한 감정들이 마구 뒤섞여 드는 것이다. 토니는 지니아를 자신을 까 뒤집어 놓은 것과 같은 존재라로 생각했고, 로즈는 가끔 딴사람이 되고 싶어 단 5분만이라도 지니아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누구나 자신과는 다른 어떤 감정이나 생각들을 품고 사는데 조금은 뒤틀린 마음들이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나 보이는게 지니아라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세 여자의 삶은 들여다 보는 건 다채롭고 흥미로웠고, 지니아의 이야기가 따로 더 담겨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여자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했던 소설 <도둑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