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혼자 올 수 있니
이석주 사진, 강성은 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건, 눈이 그렇게 많이 내린다는 훗카이도의 설경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눈이 오면 성가신 일들이 많다는 것도, 누군가는 반기지 않는 다는 것도 알지만 추운 겨울에도 손에 꼽을 만큼 눈 구경을 많이 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사진으로라도 시리도록 하얀 눈이 보고 싶었다. 그래야 왠지 겨울다운 느낌이니까, 날씨만 추운 겨울은 무언가 빠진듯이 왠지 조금은 아쉬우니까..

 

이 책은 사진작가인 이석주씨가 훗카이도 여행을 다녀와서 찍은 사진들에 시인인 강성은씨가 글을 입힌 에세이 집으로 눈을 만나다, 사랑,상실, 너 혼자 올 수 있니, 자장가 5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들은 훗카이도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온통 하얀 눈 세상이다. 눈 한번 맞아보고 싶게 만들고, 만져 보고 싶게 만들고, 밟아보고 싶게 만드는 그 하얀 풍경들속에 서 있고 싶게 만드는 사진들이었다. 그리고 강성은 시인이 쓴 글은 짧막한 시, 동화 같이 긴 이야기도 있었고 그녀가 쓴 글 외에도 유명한 이가 쓴 좋은 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른시인들의 시도 있어서 한가지에만 국한되 것이 아닌 다채로운 글들을 볼 수 있었다. 
 

 더없이 은은하고, 적막하고, 고요하고, 때때로 쓸쓸함과 외로움이 담긴듯한 느낌이 주를 이루는 사진들과 글들이었다. 활기찬 느낌보다는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기며 조용 조용히 마음속에 묻어두며 읽으면 좋을 것 같았다. 멋진 사진들과 함께 시를 감상하는 한편의 시사전 같은 느낌의 책으로 하나의 전시회을 담아놓은 작품집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원래 시는 잘 읽는 편이 아닌데, 오랜만에 감성들이 듬뿍 담긴 시들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오롯이 시와 글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말이다.

 

이 책에 담긴 사진들은 2010년 봄 폐암으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작가의 마지막 유작이기도 하다. 삶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본 훗카이도의 눈과 그의 마지막 시선이 머물렀던 사진들을 마주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더 특별한 느낌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간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했을지,마지막일지도 모를 이 작업에 얼마나 애착을 가졌을 지 보지 않아도 다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나라면 과연 그런 힘을 낼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괜히 삶과 죽음이라는 이름앞에 마음이 먹먹해 지기도 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에세이 집이기도 하지만 특별한 사진이 함께 있어서 조금 더 다른 느낌의 <너 혼자 올 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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