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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카마쓰 운송회사의 트레일러에서 바퀴가 빠져 아들과 함께 지나가던 여성이 바퀴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 일로 사장 아카마쓰는 유가족과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고의원인은 정비 불량이라는 제조사의 말을 듣게 되지만 이를 받아 들일 수 없는 아카마쓰는 조사에 나선다. 그러던 중 유사한 사고들이 발생한 사건들이 있었고, 차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제조사인 호프자동차는 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고 아카마씨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부투 한다.
하나의 사고에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의 시점이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일의 중심에 서 있는 아카마쓰, 호프자동차의 간부와 리콜은폐를 알아차린 회사원, 융자문제를 안고 있는 호프은행의 은행원등 각자의 입장에서 이 일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 일은 하나의 사고가 일어난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가족에게는 커다란 슬픔을, 아카마쓰에게는 회사도산이라는 위기를, 은행은 신뢰의 문제를, 호프자동차의 커다란 거짓말을 만들어 냈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관계들이 이 사건을 중심으로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를 처음 받았을 때, 600페이지 정도되는 방대한 양에 먼저 놀랐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그 속의 내용은 더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한 소설의 틀안에서 회사라는 조직내에서의 철처한 상하 계급, 회사 이익에 반하는 개인의 의견은 묵살, 비리와 은폐,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문제들을 신랄하게 꼬집어 주고 있었다. 내가 너무 세상을 몰랐나, 사람들의 인정만 차고 넘친다고 생각했었나 싶을 정도로 호프자동차의 사건 대응엔 많은 실망을 했다. 회사의 이윤추구라는 명목아래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양심이라는 것은 무시하고, 한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어떻게든 무마시켜려하는 태도에, 사사건건 무시하고 작은 기업쯤 어떻게든 눌러버리려는 대기업의 힘의 논리에 화가 났다. 어떻게 이런 일들을 벌일 수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런식으로 어떤 일련의 사건들이 다른 곳에서도 발생했다 은폐되어 사라진건 아닌가 싶어, 그 속에서 쓰린 눈물을 삼킨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괜히 씁쓸해 지기도 했다.
그런 일들속에는 진실을 밝히게 위해, 자신의 가족들과 사원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애쓰는 아카마쓰가 있었다. 그의 답답한 마음과 마주하니 괜히 울컥하기도 하고, 힘을 합쳐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전해져 열심히 응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간간히 들어가 있는 유가족의 슬픔에는 가슴이 시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런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을텐데..진실이 밝혀지며 마무리 되어갈 때쯤에는 이제 제대로 굴러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맥이 탁 풀리기도 했다.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으면 쉬웠을 일을 지름길을 나두고 험한길을 돌고 돌아 힘들게 겨우 출구에 다달은것 같은, 필요없는 힘의 소모 때문이라고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할 검은 속내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알게 된 것 같다. 누구나가 그런건 아니겠지만 어느정도는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무고한 누군가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