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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공항 - 내 안에 숨죽인 보헤미안 랩소디를 깨운다
신현정 글.그림.사진 / 창작마루결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안녕, 공항>이라는 제목만 보고는 일반적인 여행에세이 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대단한 착.각.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찾는 여행을 하고 돌아와 보여주는 것이니 이것도 일종의 여행이라면 여행, 감성 여행에세이라도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이 책은 작가가 직장이라는 소속과 테를 내려놓고 자신안에 있는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한 일련의 기록들이며 결과물들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자신을 찾아떠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텐데, 그녀는 그림으로 글들로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생각의 단편들, 기억의 단편들을 군더더기 없는 짧은 문장들로 꺼내어 놓았다. 코끼리-달-무의식 처럼 전혀 연관없는 것 같은 단어들을 묶어 글을 쓰기도 했는데, 읽다보면 이해가 가곤했다. 글 한편 한편은 감성이 듬뿍 묻어있는 단편시를 보는 것 같았는데, 시들이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듯이 가끔은 잘 이해하기 힘든 글들이 정말 어렵게도 느껴졌다. 누군가를 오롯이 이해한다는 것이 원래부터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그저 자연스럽게 머리속에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그런 글들에서 파생되어 나온 그림들도 눈길을 끌었다. 때로는 그림에서 글들로 연결되기도 했다.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헌옷, 주워온 돌, 나뭇잎, 깨진 거울조각,석고 붕대로 본뜬 인형들까지...그녀의 세계는 다채로웠고 독특하고 아무 방해가 없는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이제까지 읽어보지 못한 독특한 형식의 책이면서 동시에 글과 그림이 한데 조화롭게 섞여있어 미술전시회와 설치미술을 잘 소개해 놓은 팜플랫을 보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한건데,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공항은- 나와 세계를 이어주는 중간지점, 나를 찾아 떠나기 위한 결심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곳, 오래된 나를 떠나 새로운 나를 찾아가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물질적인 형태로서의 공항이 아닌 마음깊숙한 그 곳에 있는 나만의 공항. 그녀는 그 공항에서 진정 자신을 찾았을까?? 자신을 찾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사뭇 궁금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