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0일, 하드코어 세계일주
고은초 글.사진 / 예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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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엔 호주로 어학연수. 25살엔 다시 호주에서 남미, 아프리카, 중동으로의 세계여행. 29살엔 멕시코, 과테말라, 콜롬비아를 잇는 아메리카 종단여행. 세번에 걸친 총 2년 3개월의 이 여행을 그녀는 혈혈단신 혼자 해냈다. 그리고 그 세번의 여행은 하드코어 세계일주라는 제목에 걸맞게 아주 파란만장했다. 세계일주권 윈월드를 사는 일부터 정보가 없어 힘들었고 사기를 당해서 돈을 빼앗기는 것은 기본, 뜨거운 물에 데이고, 고산병으로 호흡곤란을 겪고, 말레리아와 볼거리에 걸리면서도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 

난 이렇게 다사다난한 여행기를 본 적이 없었다. 여느 여행에세이에서도 한, 두 번쯤은 힘든일을 겪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이렇게 수많은 고생담을 만나지는 못했었다. 다른 에세이에서는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여행기만을 더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고생담들을 축소한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였으니..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쉽게 여행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불운한 사고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비껴가지 않을걸까 싶었다. 하지만 그런 점들 때문에 오히려 그녀의 여행기에 더 흥미가 생겼던 것 같다. 어떻게 그 난관을 헤쳐갔는지,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들을 지켜보는 것조차 점점 즐거운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너무 순탄한 인생이야기 보다는 울퉁불퉁해서 실패도 하고  장애물도 몇번 넘는 그런 인생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그 힘든 길 위에서 그녀의 마음속에 채워진 여러나라의 풍경들이, 추억들이, 더 단단해진 마음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그녀에겐 그런 고난들을 보상이라고 해 주듯 도와주는 길위의 여행자들이 있었고, 한국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참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은데 허물없이 여행자라는 신분하나만으로 맺어질 수 있는 진솔한 관계들이 참 좋아보였다. 혼자하면서도 혼자가 아닌 여행이였던 셈이다. 그런 힘든 여행을 하면서도 참 행복해 보였다. 조금은 힘들어도 여행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건 이 '행복하다'는 느낌 하나면 되지 않을까??그 고난들을 덮어 버릴 수 있는 만큼의  크나큰  행복, 그거 하나면 된다. 

 내가 만약 이런 여행을 했더라면 다시는 여행을 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그 자리에서 포기를 선언하고 바로 한국으로 발걸음을 돌렸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이런 힘든여행은 사실 생각조차 해본적도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신문에서 우연히 조그많게 실린 저자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그녀는 여행하며 배운것이 용기라고 했다. 용기가 자신의 강력한 자산이며,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할 줄 알고 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라며... 이런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힘든 여행도 한번쯤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모든것을 마음에 담을 수 있을텐데, 역시 아직은 조금 조심스럽다. 내가 조금 더 안팎으로 단단해진 사람이 되면 그땐 꼭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 혼자가 되었든 친구와 함께이든 그때가 되면 수 많은 고생들은 별거 아니라는듯, 내 용기의 원천이 될거라 믿으며 툭툭털고 일어나 즐겁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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