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모를 부탁해.

토모를 부탁해
곤도 후미에 지음, 신유희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토모를 부탁해>속 주인공인 구리코는 대학을 졸업하고 론도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프리터로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의 자신이,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되고 초조하기도 한 평범한 21살의 여자다. 특별할 것 없는 그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구리코의 주위에서 알수 없는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게 되고, 론도에서 같은 자리에서 차를 마시는 구니에다 노인과 친해지면서 여러  도움을 받고 사건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기 시작한다. 

 [강아지 독살 사건], [론도에서 생긴 일], [구니에다의 비밀] 3개의 연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역시 가장 흥미로웠던 편은 [구니에다의 비밀] 편이였다. 의문의 사건들을 해결해 가는 과정들 속에서도 구니에다 노인이 제일 미스테리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그에게는 숨겨져 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살짝 내 예상을 빗나가긴 했어도  내 생각보다 그는 훨씬 더 멋진 사람이었다.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사람, 그만큼 삶에 대한 태도도 마음도 한 뼘 더 자라있는 따뜻한 사람.   

 이 책은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명탐정이나 명석한 두뇌를 가진 형사가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나가서 범인의 실체에 가까워 지는 스릴있고 빠른전개의 전형적인 추리,미스테리물은 아니다. 가족들과의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설렘,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있는 구리코의 일상들에 미스테리한 사건들이 자연스레 녹아있다. 그리고 그저 평범한 여자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미심쩍은 일들, 큰 사건이 아니라 조금은 작고 사소한 일들을 풀어가는 이야기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상 미스테리다. 하지만 그 일상들과 사건들 속에는 뭐라고 꼬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따뜻한 풍미를 풍기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있다. 

처음엔 동료도 친구도 아닌 잘 상상할 수 없는 20대 초반의 여자와 노인의 조합이 참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저 몇번 마주친 사이였음에도 이야기를 나누고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그들은 나이를 떠나 누구보다 진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젊은층과 노인의 소통이 단순한 친절과 배려를 뛰어넘어 좀 더 마음 편한 관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는데, 그 의도가 참 잘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 마지막 결말이 조금은 아쉬웠는데 이미 후속편이 나와있다고 하니 언제가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다음편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