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가미네는 아내를 잃고 홀로 딸 에마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과 불꽃놀이를 보러간 에마가 밤 늦도록 들어오지 않는데 며칠 후 에마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온다.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고, 슬픔에 젖어있는 나가미네에게 범인은 아쓰야와 가이지이며 그들의 주소를 알려주는 익명의 제보전화가 온다. 나가미네는 범인의 집으로 찾아가게 되고, 거기서 에마가 성폭행 당하는 장면이 찍힌 비디오 카메라를 보게 된다. 충격에 쌓인 그 앞에 나타난 아쓰야를 충동적으로 살해해버리고, 이후 나가노로 도망갔다는 가이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가미네는 그를 쫓는다.

 

나가미네의 복수 성공의 결과를 궁금하게 하며 500p에 달하는 기나긴 이야기는 긴박하게 흘러갔다. 나가미네가 가이지를 찾아가는 여정이 하나씩 하나씩 진행되어 갈 때마다, 경찰들이 하나씩 하나씩 단서들을 찾아내어 점점 가이지와 나가미네에게 가까워질 수록 너무나 조마조마 했다. 가이지가 살해되면 안되는데가 아니라 나가미네가 아직 잡히면 안되는데, 복수에 실패하면 안되는데 하는 마음에서 였던 것 같다. 분명히 법의 판결이 아닌 개인의 정의로움이나 복수로 살인이라는 것이 행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가미네의 복수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었다. 그 참혹한 슬픔으로 가득찬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그리고 범죄를 저지른 그는 청소년이기에 큰 벌을 받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저지른 죄 보다도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심각성과 죄의식을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는게 더 화가 났다. 그래서 더욱 더 그들의 죄에 합당한 벌을 받기를 바랬다. 그것이 누군가의 비뚤어진 '복수'라는 마음에서 생겨난 것일지라도..청소년 범죄는 처벌보다도 갱생, 감화가 주 목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처벌보다는 그런 그들에게 갱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이 과연 올바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사람의 인성은 그렇게 단 시간내에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느냐 하는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아직은 판단이 미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죄를 뉘우치는 마음없는 범죄를 저지른 그들에게 작은 처벌만을 행하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오히려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은 법의 그런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한 행동들을 무겁게 여기지는 않는것이 아닐까 싶다.    

 

방황하는 칼날이라는 제목은 마음의 도덕적 잣대를 어느쪽으로 더 기울일 것인지 방황하는 책 속 인물들과 함께 나와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가미네를 잡아야 하는가에 의문을 품던 형사 오리베처럼,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일을 했던 형사 히사쓰카처럼...딸의 복수를 위해 살인을 한 나가미네에게 더 죄의 중함을 물어 칼날을 겨누어야 할지, 청소년이지만 살인이라는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가이지에게 더 죄의 중함을 물어 칼날을 겨누어야 할지를 말이다. 과연 어느쪽으로 더 칼날의 무게를 더해야 할까?? 책을 다 읽고나서도 왠지 씁슬해 지는 결말에, 마음이 공허해 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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