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주인공인 나루세는 경비일과 컴퓨터 강사등 여러가지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지하철 역에서 자살하려던 사쿠라라는 여자를 우연히 구해 주게 되는데, 그날로 끝날 것 같았던 그녀와의 인연은 기묘하게 얽히게 된다. 한편, 후배인 기요시가 좋아하는 아이코의 집에 찾아갔다가  할아버지가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녀는 뺑소니 사고에  호라이 클럽 이라는 조직이 가담한 것 같다는 의문과 함께 나루세에게 그 조직을 조사해 줄 것을 부탁한다. 나루세는 점점 그 조직을 파헤쳐 가면서 예상치 못한 진실들과 맞딱드리게 된다.  

 

여기저기에서 정말 재미있다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책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파스텔톤의 책 표지와 예쁜 제목만 보면 로맨스 소설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되지만 이 책은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추리장르이다.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추리사건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읽어 본 사람들이 말하던 이 책의 묘미인 '반전' 이 너무나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것이 무엇일까 나름대로 생각하고 놀라지 않겠다고 작은 다짐도 했지만, 이야기가 끝을 향해 달려 갈 수록 나도 그 '반전'에 꼼짝 없이 당하고 말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책에서는 현재 나루세가 호라이 클럽을 쫓는 과정과 사쿠라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나루세의 과거 이야기도 교차되며 흘러간다. 과거에 탐정노릇을 한다고 폭력조직에 파견되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연상의 여자에게 마음을 품기도 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따뜻하고, 풋풋한 그를 만날 수도 있다. 어느 장에는 뜬금없이 아무 관련이 없어보이는 다른 화자가 나와서 '갑자기 이 사람이 왜 등장했지'라는 의문을 품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모든 이야기를 이어주는 복선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건의 전반적인 이야기 속에는 사회현상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급격히 늘어나는 노인문제가 담겨있다.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자연스레 사건들 속에, 대사들 속에 녹여서 한 번 쯤 그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끝에 가서야 밝혀지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의 흥미진진함과 함께 나는 마지막 챕터인 '약속' 부분에서 나루세가 말하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가 조곤조곤히 말하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앞의 이야기들에 비하면 몇 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지만, 그 속에 알알이 들어차 있던 말들이 정말로 진리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정도로 나에게는 참 의미 깊었다. 조금은 가슴벅참의 느낌과 함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그 편견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고를 좁게 만들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반전'이 밝혀졌을 때 나는 책을 살펴보며 내가 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지 라는 생각을 여러번 하며 내가 지나쳤던 앞의 책장들을 계속 들쳐보게 되었다. 분명 그런 언급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좁은 시각만으로 많은 것들을 한정 지은 것이다. 내 생각과 기준에 맞춰 많은 것들을 바라보았기 때문에..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였고 또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해 준 참 재미있고, 예쁘고, 고마운 책이다. 더불어 코끝이 시린 계절에 벚꽃이 지고 있는 봄날의 끝자락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따뜻한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