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깔끔한 책 표지가 무던히도 마음에 들었던 <도시여행자>. 제목에 어울리게 지도가 그려진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책 속 단편 하나하나의 제목이 새겨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들처럼 지도위에 내려앉아 있던 제목들이 있는 곳을  하나 하나 찾아가야만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는 그가 여행했던 곳곳의 이야기를 담은 여행기 같은 책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머리속에서 만들어내는 소설도 좋지만 실제로 그가 생각하고 느끼는 수필같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도시여행자>는 내가 기대했던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요시다 슈이치가 1997년 <최후의 아들>로 데뷔해서 2007년 <악인>을 내놓기까지 10년의 세월동안 써냈던 단편 10작품을 엮어낸 책이였다. 

<나날의 봄>으로 시작해 <캔슬된 거리의 안내>로 끝을 맺고 있는데, 특히 2번째로 실린 [영하 5도]라는 작품은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괜히 관심이 더 가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일본에서 여행 온 여자와 우연히 그녀를 본 남자의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왠지 뒷 부분이 더 궁금해 지는 이야기였다. 서로의 이야기를 하다 짧은 찰나 스치듯 마주쳤던 그들이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하는 장면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수줍게 다른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괜히 보고 싶어졌다. 영하 5도의 추운 서울이라는 도시에 녹아 따뜻함을 느끼며 서로를 알아가는 이야기가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그리고 하나 더 인상깊었던 작품은 [24Pieces]. 단편들 속에서도 가장 짧았던 작품으로 제목처럼 딱 24 조각으로 이어져 있는 이야기였다. 짧은건 한 문장, 긴 것은 10문장으로 감정표현 대화나 설명으로 이어져 있는 독특한 구성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감정인지를 전부 다 알고 느낄 수 있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였다. 

소재도 다양하고 배경도 다양하고 등장인물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감정묘사와 주위에서 부딪힐 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인정있게 그리고 조금은 여운을 남기며 풀어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었다. 10년동안 그가 다양한 이야기들을 내놓았던 만큼, 10년동안 발전한 만큼 다양한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는게 <도시 여행자>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사실 나에게 단편은 조금 어렵다. 이야기가 길지 않은 만큼 그 짧은 이야기 속에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더 이야기가 듣고 싶을 때 마침표가 찍혀있을 때 느껴지는 허무함까지..이번에도 어떤 작품들에서는 조금 그런 느낌들을 느끼낀 했지만 몇번은 더 읽어봐야 이 단편집의 참맛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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